내년 1월 출발하는 일정, 총 8일간의 여정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
돼지섬·코코케이섬 등 이색 여정도 가능해
크루즈 이용 시 전문가 동행과 적정 인원 중요

바하마 코코케이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이 좋은 곳을 아직 한국 분들은 잘 모르는 게 안타까워요. 근데 서구권 관광객 사이에서는 이 바하마가 꿈의 휴양지예요. 할리우드 배우나 부자 등도 여기로 일부러 전용기까지 띄워서 휴가 오는 곳이에요.
국내의 한 크루즈 전문가가 전한 말이다.

바​하마. 서구권 여행객 사이에서 ‘꿈’의 휴양지로 불리는 곳이다.

한국 등 아시아권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여행지다.

바하마라고 하면 낯설지만 카리브제도의 국가라고 하면 좀 친숙하다.


맞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속 배경인 그 카리브다.

최근 주우재·빠니보틀 등 유명인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바하마를 다녀가며 국내에도 여행지로써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토피아호와 쌍둥이 배인 로얄캐리비안 원더호 / 사진=한진관광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배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 / 사진=한진관광
“웬, 회전목마가 다 있네!” 바하마 크루즈 내부를 돌아보던 중 툭 튀어나온 말이다.

크루즈의 핵심은 배 크기다.

이번 바하마 크루즈에서는 세계적인 선사인 로얄 캐리비안의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Utopia of the Seas)’를 이용했다.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무려 23만 6573t의 무게를 자랑하는 크루즈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배다.

길이만 자그마치 362m로 63빌딩보다 1.4배 길다.

내부는 총 18층으로 이뤄진다.

최대 탑승 가능한 승객 수는 5668명이며, 총 2290명의 승무원 탑승해 승객을 살핀다.

바다 위를 떠다니는 거대한 빌딩이다.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 크루즈 내부에 회전목마가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유토피아 오브 더 씨즈는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출항한 따끈따끈한 최신 선박이다.

내부 시설 역시 새것의 향기(?)가 난다.

선박 안에 식당 21개, 바(Bar) 23개, 수영장 5개, 카지노 2개 등이 있다.

여기까지는 크루즈에서 볼 법한 수준의 시설이었으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마주한 순간 생각이 달라진다.

‘이곳이 놀이공원이었나’ 싶은 착각에 잠시 빠진다.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는 크루즈 뷔페 식당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정찬식당부터 뷔페식당까지 추가금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크루즈의 묘미는 ‘식당’이다.

내부의 수십 개 식당은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무료다.

탑승객의 소임은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이다.

무료 식당이라고 질 떨어지는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는 편견은 잠시 접어두시길.

랍스타, 피자, 후식 등 다양하고 질 좋은 음식을 크루즈 내에서 맛볼 수 있다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살이 꽉 찬 바닷가재 요리부터 잘 구워 촉촉한 스테이크까지. 전 세계 산해진미를 크루즈에서 즐길 수 있다.

야식이 당기면 새벽까지 문을 여는 피자 가게로 달려가 주면 그만이다.


크루즈 내 식당과 카페를 이용하는 탑승객들 / 사진=김혜성 여행+ ㄱ지ㅏ
식당이 운영하지 않는 애매한 시간대에 배가 고프다면 내부 카페로 가 보자. 두툼한 샌드위치와 커피 등을 언제든 맛볼 수 있다.

피자 가게와 카페 역시 추가금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크루즈에서 삼시세끼를 안 챙겨 먹으면 손해다.


크루즈 내에 자리한 공원 겸 정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배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8층으로 가면 말끔히 사라진다.

푸릇한 나무가 산들거리는 실내 정원 겸 공원이 탑승객을 반긴다.


극장에서는 뮤지컬부터 연극까지 다양한 공연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린다.

크루즈에서 열리는 공연은 전문 공연가를 섭외해서 수준급이다.

뮤지컬, 공중 묘기, 스케이팅, 다이빙, 수중 발레, 코미디 등 종류도 다양해 밥 먹고 공연만 제대로 챙겨 봐도 하루가 알차다.


크루즈 안은 전체가 면세 구역이라 쇼핑 천국이기도 하다.

보석부터 시계는 물론이고 명품 브랜드의 가방까지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종종 경매도 진행한다.

디올 등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살 수 있는 미용 가게와 간식 등을 살 수 있는 편의점 등도 갖춰져 있다.

휴가지에서도 일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안타까운 이들을 위한 회의실 역시 마련해 놨다.

유명 작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도 있는데, 이곳에 걸린 작품은 대부분 판매 중인 것들이다.


휴가지에서 몸이 찌뿌둥한 운동광을 위한 클라이밍장·서핑장·헬스장·농구장·달리기 코스 등 부대시설이 크루즈 곳곳에 자리한다.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크루즈 위에서 땀 흘리며 운동하면 청춘물이 따로 없다.

마사지와 미용 관리 등을 받을 수 있는 스파 시설도 헬스장과 이어져 있다.


상상 그 이상의 내부 시설 덕분일까. 로얄 캐리비안 선사의 후기 페이지를 살펴보면 이 배로 여정을 다녀온 고객은 5점 만점에 평균 4.8점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전 세계 크루즈 탑승객이 콕 짚은 ‘바하마’
로얄 캐리비안 선사에 따르면 바하마 크루즈의 아시아권 탑승객은 통상 전체의 1%대 수준을 기록한다.

수치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바하마 아시아권에서는 생소한 여행지다.

크루즈 역시 대중화하지 않아 정보가 부족하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바하마를 ‘낙원’과 같은 휴양지로 인식한다.


국제 크루즈 선사 협회(CLIA) 발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크루즈 탑승객은 약 3460만 명에 이른다.

이중 바하마 수도인 나소(Nassau)의 항구를 거쳐 간 크루즈 탑승객은 약 560만 명이다.

전 세계 크루즈 승객의 약 16%가 바하마를 목적지로 삼은 것.
카리브 지역 전체로 보면 이 지역의 인기는 더 놀랍다.

전체 크루즈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수요를 보인다.

이렇듯 서구권에서는 바하마 크루즈가 꿈의 휴가나 다름없다.


실제로 탑승 당시 승객 대부분이 북·남미와 멕시코 등 국적으로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다.

배 안에서 먼 나라 혹은 이웃나라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것 역시 크루즈의 백미다.


돼지가 수영하는 섬?…빠니보틀도 다녀가
부​푼 기대를 안고 눈을 감았다 뜨니, 어느새 바하마에서의 첫날이 밝았다.

바하마 수도인 나소 항구에 발을 디디자, 레게풍 카리브 음악이 귓가에 울려 퍼진다.

구릿빛 피부의 현지인들이 음악에 어울리는 춤을 추며 맞아준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해적선도 항구 한 편에 정박해 있다.


바하마는 29개의 주요 섬과 661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진다.

바하마 인구는 약 40만 명으로 우리나라 세종시 거주 인구 규모와 비슷하다.

이 작은 국가의 매력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걸까.
바하마 여행의 핵심은 ‘돼지섬 관광’이다.

ENA 예능 프로그램 ‘주사위 한 번에 대륙이동-지구마불 세계여행(이하 지구마불 세계여행)’에서 빠니보틀 등 유명 크리에이터가 최근 돼지섬에 다녀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름처럼 돼지가 해변에서 유유자적 수영을 즐기는 등 모습을 볼 수 있어 이런 별칭이 붙었다고. 이 섬의 공식 명칭은 빅 메이저 캐이(Big Major Cay)로 약 20마리의 돼지가 이곳에 서식한다.

돼지섬은 나소에서 남동쪽으로 56㎞ 떨어진 엑수마섬(Exuma Island)에 자리한다.


이 섬에 돼지가 서식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여러 유래가 전해진다.

카리브 해를 항해하던 선원들이 나중에 이곳에 왔을 때 돼지고기를 먹기 위해 돼지를 두고 갔으나,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

조류에 휩쓸려 난파한 배에 실었던 돼지들만 이 섬으로 헤엄쳐 생존했다는 설과 바하마의 관광 유치 사업의 일부라는 설 등이다.


유래가 어떠하든 바다에서 헤엄치는 돼지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미국 선사이다 보니 모든 프로그램을 영어로 진행한다.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크루즈 전문 인솔자가 나서서 언어 소통을 원활히 도와준다는 장점이 있다.


작은 배로 갈아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려주면 어느새 엑수마섬 도착. 2주 전에 태어난 새끼 돼지부터 무게만 68㎏에 이르는 가장 큰 돼지까지 수십 마리의 돼지를 볼 수 있다.

돼지들이 푸른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는 모습에 카메라를 안 켜고는 못 배긴다.


돼지에게 사과와 우유 등을 주는 먹이 체험도 진행할 수 있다.

새끼 돼지를 안고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는데, 품 안에서 불룩한 배를 색색거리는 모습이 퍽 귀엽다.

독특한 관광 요소 덕에 바하마는 신혼여행 성지이기도 하다.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 돼지섬에 방문하는 관광객 수가 평균 3000명에 이른다고.

오직 크루즈 탑승객만 갈 수 있다 ‘코코케이섬’
바​하마에는 오직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 탑승객만 들어갈 수 있는 ‘코코케이(Perfect Day at CocoCay)섬’도 있다.

이 섬 자체가 로얄 캐리비안 선사가 소유한 사유섬이기 때문이다.


코코케이는 약 103만㎡(약 31만 1575평)의 면적을 자랑한다.

다른 크루즈 선사 역시 바하마에 사유섬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코코케이는 자타공인 최고 수준의 물놀이시설을 자랑한다.

이 섬 전체가 커다란 워터파크다.


물 미끄럼틀만 7개로 단계별로 각기 다른 짜릿함을 즐길 수 있다.

그중 41m에서 떨어지는 데어데블스 피크(Daredevil’s Peak)는 높이로 따지면 전 세계 3위다.

머리털이 쭈뼛 솟는 짜릿함이다.

그밖에 집라인, 수상 암벽등반, 수중 장애물 코스 등 놀이시설도 즐길 수 있다.


코코케이 안에는 수영장만 5곳이 있다.

해변도 7개에 이르는데, 그중 오아시스 라군은 바닷물을 끌어온 카리브해 최대 담수 수영장이다.

그 덕에 투명하면서도 은은한 푸른빛이 감도는 물색을 만끽하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카바나와 선 베드 등 쉬어갈 수 있는 곳도 즐비하다.


물놀이 후 먹는 꿀맛 같은 음식도 놓칠 수 없다.

코코케이섬 내 대부분 식당 역시 크루즈 탑승객은 추가금 없이 이용할 수 있다.

햄버거와 타코 같은 음식부터 갈증을 채워주는 과일이나 음료까지 모두 공짜다.

입가심으로 수영장 근처에서 직원이 즉석에서 뽑아주는 소프트콘 아이스크림까지.
섬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헬륨기구 탑승은 핵심 체험 중 하나다.

정확히는 유랑하지 않고 일정한 장소에서 운영하는 계류식 헬륨기구로 최대 137m 높이까지 올라간다.

발아래 알록달록한 놀이기구와 에메랄드빛 카리브해가 펼쳐진다.

한쪽에 정박한 크루즈 선박까지 눈에 담을 수 있다.

카메라 셔터에 손이 절로 간다.

인기 있는 체험이라, 현장 탑승이 어려울 수 있으니 예약해 두는 편이 좋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크루즈 수요
크​루즈 여행의 호황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항공 여행과 달리 여행 경비를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루즈는 선실, 식사, 엔터테인먼트 비용을 모두 상품 가격에 포함해 일정 동안 추가금을 낼 일이 거의 없다.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총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한꺼번에 여러 여행지를 안전하게 돌 수 있다는 것 역시 크루즈의 강점이다.

통상 크루즈 수요가 높은 지역인 카리브나 알래스카 등 지역은 교통편 등 문제가 있어 개인이 자유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 까다롭다.

여기에 잠시 배가 항구에 정박하는 형태이기에 관광을 알차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치안 문제 걱정은 덜 수 있다.


로얄 캐리비안 등 선사에서는 크루즈 탑승객만 즐길 수 있는 관광자원을 부지런히 개발 중이다.

크루즈 선사의 자체 관광자원을 여행 일정에 포함하면 록인(Lock-in) 효과가 강화한다.

록인 효과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용자가 다른 대안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뜻한다.


실제로 국제 크루즈 선사 협회(CLIA)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크루즈를 경험해 본 탑승객의 82%는 다시 크루즈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업계에서는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는 사람은 없는 게 크루즈라고 입을 모은다.


▶▶▶크루즈 여행 팁
1. 크루즈는 해외 선사에서 운영하기에 기초적인 소통을 영어로 한다.

한진관광 등 국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면 크루즈 전문 인솔자가 동행해 일정 소화에 어려움이 없다.



2. 크루즈 여행 초보라면 ‘전문 인솔자 동행 여부’도 꼼꼼히 따져 보자. 전문가의 유무는 여행의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선내 시설 안내는 기본이고 놓치기 쉬운 공연이나 정찬 식당 등 예약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3. ‘어떤 항공사를 이용하느냐’도 짚어볼 만하다.

바하마 크루즈는 보통 미국에서 출발해 긴 시간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4. 크루즈 상품 특성상 ‘출발 최소 인원수’도 중요하다.

10여 명대의 적은 인원으로도 출발을 보장하는 여행사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여유로운 크루즈 여행을 꿈꾼다면 적정 인원으로 여유롭게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를 잘 따져보자.


나소(바하마) = 김혜성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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