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지난해 말 해군에 인도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1번함 '정조대왕함'의 시운전 모습(좌). FA-50 경공격기. HD현대중공업·KAI

'K방산'의 글로벌 활동 핵심 지역은 유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전체의 안보 위기감을 높이면서 가성비와 빠른 납기를 앞세운 한국 방위산업 업체들이 잇달아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 간 지정학적 대립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지역의 안보 위기는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 방산 업체의 기본적인 경쟁력과 한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 유럽의 안보 불안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 K방산 전성시대를 연 셈이다.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도 방위산업 수출 증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어 방산 기업의 마케팅과 정부 정책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방산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은 유럽 각국이 인정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정보기술(IT) 등 민간용 첨단 기술을 활용해 K9 자주포,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대가 적정한 무기를 생산했다.


실전에서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를 내세워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폴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루마이나 등에 수출됐다.

K9 자주포는 연평도 해전에서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을 받는 상황 속에서도 즉각 대응 반격에 나서는 등 실전 능력을 검증받은 무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밖에 K239 다연장로켓 '천무', 폴란드 버전 자주포인 크라프(KRAB) 차체도 수출했다.

또 폴란드 WB그룹과 손잡고 천무 다연장로켓 유도탄(CGR-080)의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은 폴란드에 48대 수출됐다.

현대로템은 K2 전차를 1차로 120대 수출한 데 이어 조만간 2차 수출(180대 규모) 계약 체결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 방산 업체의 눈부신 성과에는 맞춤형 제안과 현지화라는 접근법도 한몫했다.

한국 업체들은 구매국의 요구에 맞춘 유연한 협력 방식을 제공했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에서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을 포함한 협력 모델을 선호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은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방위사업청을 중심으로 수출 지원 정책을 체계화했고 정책금융 지원과 중소기업 컨설팅 등 폭넓은 지원책을 마련했다.

정부의 방위사업 수출 지원 청사진도 구체적이고 적극적이다.


이전 정부는 '점유율 5%·4대 수출 대국'을 목표로 했다.

현 정부도 '글로벌 방위산업 4대 강국'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방산 수출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신설 △대통령 주재 방산수출진흥전략회의 정례화 △정책금융 체계 개편 △연구개발(R&D) 세액 감면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내놓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상 간 회담과 협력 포럼을 수시로 개최했고 이를 통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유럽에서 K방산이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글로벌 국방비는 전년 대비 9.4% 늘어난 2조6765억달러였다.

이 가운데 유럽은 17.1% 증가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여 무기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었던 폴란드, 루마니아, 노르웨이, 핀란드 등을 벗어나 다른 유럽 국가들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와 인접한 나토 소속 국가들은 K방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 수출이 일부 지상 무기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2022~2023년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계약이 이뤄진 것은 전체 수출 규모를 키웠지만 향후 품목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항공, 해상, 우주 등 다양한 무기 체계로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게 방위산업 전문가들의 일치된 전망이다.


정부와 협력해 대상국을 확대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한국의 방산 수출 대상국은 평균 9.7개국으로 나오는데 경쟁국이 20~40개국을 상대로 수출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숫자다.


유럽 내 그동안 수출 실적이 없던 국가를 대상으로 방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차근차근 저변을 넓혀나갈 준비가 필요하다.


이 밖에 K방산 성장에 대한 반작용으로 유럽·미국 방산 업체들과 경쟁이 심화될 것에 대응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경쟁력 유지를 위해 R&D 투자와 민간 기술 적용을 더 늘리는 등 향후 10년을 바라본 정책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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