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숙 의원, 비대면 진료 허용 법안 발의
의료계 “소아·노인 초진 위험...진료 기본 무너져”
산업계 “이용 대상 92%는 일반 성인 초진 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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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 관련 비대면 진료 실행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뉴스1) |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비대면 진료 제도화’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된 가운데,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을 두고 의료계가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월 11일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성인 재진 환자’ 중심의 제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이다.
사실상 한 번이라도 직접 방문해 진료받은 적이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환자 ▲섬·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자 ▲휴일·야간 진료 등 불가피한 경우 등에 대해서는 초진 비대면 진료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수술 후 관리나 중증·희귀질환자의 경우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도록 했다.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최보윤·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단 해당 법안들은 대상 환자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전 의원의 법안과 달리 초진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진숙 의원은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확산 방지 외에도 의료기관의 접근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 의료 공급 취약 지역 등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비대면 진료는 1988년 원격영상진단 시범 사업으로 시작됐지만 의료계 반발로 37년간 시범 사업으로 표류해왔다.
그러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전환점을 맞아 2020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2023년엔 재진 중심의 시범 사업으로 전환됐으나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다시 초
진도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시범 사업보다도 더 비대면 진료를 제한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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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안정보시스템 갈무리 |
의료계는 법안이 발의되자 즉각 반발했다.
재진 중심의 비대면 진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안전성에 대해 충분히 고민한 후 법제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안전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18세 미만 환자에 대한 초진 허용은 심각한 문제를 방기할 가능성이 커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소아와 노인은 제한된 정보만으로는 적절한 진료가 어렵고, 검사 없이 투약할 경우 상태가 악화할 우려가 매우 크다”며 “진료의 기본 원칙이 편의성과 효율성이라는 명분 아래 무너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정치권의 비대면 진료 법제화 움직임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며 “진단과 치료에 제한이 큰 비대면 진료의 특성상, 법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이 제도화가 이뤄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밝혔다.
산업계 역시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재 시행 중인 시범 사업이 초·재진 구분 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어 현행보다 후퇴하는 제도화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 재진만 허용하면 비대면 진료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거란 우려도 나온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나만의 닥터’에 따르면 전체 이용자의 92%는 일반 성인 초진 환자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비대면 진료에 대한 국민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2023년 6월부터 1년간 비대면 진료 경험이 있는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4.9%가 ‘보통 이상’으로 만족했다.
비대면 진료는 시범 사업만 5년 이어진 이상 법제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치권은 제도화를 먼저 추진한 뒤 향후 효과성과 안전성 등을 따져 대상 확대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선 관리 기준과 대상 범위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 이후에는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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