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문과라서 황송합니다”...인문관 짓고 교수님 모시는 주요대학들

고대·서울대 공간 확충 나서
KAIST는 박사과정 신설도
연대 인문학 연구 통큰 지원

[사진 = 연합뉴스]
AI가 산업 지형을 재편하면서 이공계 편중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 대학들이 인문학 강화에 나서고 있다.

종합대학은 인문학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과학기술특성화대학도 인문학 융합 인재 양성에 속도를 내는 추세다.

기술 발전의 기반으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영향이다.


고려대는 개교 120주년을 맞아 서울 성북구 인문계 캠퍼스에 총 252억원을 들여 연면적 6947㎡(지하 2층~지상 3층) 규모 인문학 전용 건물을 건립한다고 11일 밝혔다.

완공 목표는 2027년이다.


고려대는 AI 시대일수록 철학, 윤리, 역사, 문학 등 인문학에 대한 투자가 더욱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인문관 신축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AI를 의미 있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철학과 윤리 등 인문 정신의 바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인문관 건립을 통해 인문학적 소양과 창의적 상상력을 갖춘 융합형 인재를 적극 육성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문과대학 교원 12명을 새로 뽑는 등 교수진도 대폭 확충하고 있다.


서울대도 인문관 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인문대 5·6·7동을 각 한 층씩 증축해 대학원 연구시설과 인문학 연구원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멀리 떨어져 있던 인문학 연구원도 같은 공간에 마련해 연구 효율을 높일 것으로 서울대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는 이 사업에 공사비 약 133억원을 투입해 내년 1월 증축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문학 연구와 저술 활동도 확대되고 있다.

건국대는 이동수단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탐구하는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은 최근 연구총서 1권 및 번역총서 2권 등 총 3종을 출간해 7년간 이어온 모빌리티 인문학 총서 62권 발간을 완료했다.

신인섭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연구원장은 “지난 7년의 성과가 집약된 모빌리티인문학 총서로 인프라인문학 연구의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문과대학 내 인문예술진흥사업단을 통해 한국문학 세계화 지원, 인문학 캠프 운영 등 다양한 인문학 관련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는 2023년 ‘연세-박은관 문학상’을 제정해 우수 작가에게 1억원을 상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이어 세계적인 한국 작가를 배출할 수 있도록 올해부터 이 상을 총장상으로 격상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또 올 4월 문과대학 내에 한강 작가와 윤동주 시인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문학-공간 노벨 라운지‘도 열었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도 인문 융합 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올해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박사 과정을 신설한다.

KAIST는 2022년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를 개소하고 인문사회과학과 이공학 간 융합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13일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인문예술융합학부와 함께 ‘융합 콘퍼런스’를 열고 디지털 시대 인문사회과학 연구 등의 주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전봉관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장은 “데이터사이언스나 뇌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사회과학 연구가 뒷받침돼야 하며, 인문학·사회과학도 디지털 혁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점의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학사조직 개편을 통해 올해 인문사회과학부를 신설하고 인문사회와 과학기술 융합을 통해 혁신 인재를 키운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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