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달부터 국내에서도 미국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을 활용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상 기지국이 아닌 저궤도 위성 수천 개를 이용하는 통신 서비스가 국내에 본격 상륙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스타링크코리아가 스페이스X와 체결한 국경 간 공급 협정, 한화시스템·KT SAT이 영국 유텔셋 원웹과 각각 체결한 국경 간 공급 협정 등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의 국내 공급에 관한 총 3건의 협정을 모두 승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스페이스X나 원웹 같은 해외 사업자는 국내에서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서비스를 위해서는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와 국경 간 공급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뒤 과기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스페이스X는 2023년 한국에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스타링크코리아를 국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한 뒤 공급 협정을 체결하는 형태로 승인을 신청했다.


사업자들은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안테나의 단말기 적합성 평가를 거친 뒤 국내 사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적합성 평가에는 시일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만큼 저궤도 위성통신이 국내 서비스를 위한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통과한 셈"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르면 6월부터 국내에서 저궤도 위성을 통한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일반 인공위성보다 낮은 궤도의 위성들과 지상 안테나를 활용해 통신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일반 인공위성에 비해 발사 비용이 낮고 통신 지연 시간이 짧으며 안테나만 설치하면 도서·산간 지역 등에서도 인터넷 연결이 가능하기에 통신 음영 지역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상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국가나 국토 면적이 넓은 국가에서 유용하다.


스페이스X와 원웹은 국내 시장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SK텔레콤 등 통신 3사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항공기·선박 통신과 같은 틈새시장을 먼저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영토가 작고 통신사들이 서비스하는 범위가 이미 넓기 때문에 저궤도 위성통신 안테나를 별도로 설치할 만한 유인이 적어서다.

수십만 원이나 하는 안테나 구매 비용도 장벽이다.

스페이스X 위성 서비스인 스타링크가 먼저 시작된 일본의 경우 가정용 스타링크 요금제가 월 4600엔(약 4만4000원)부터지만 하드웨어 비용은 3만4800엔(약 33만3600원)에 달한다.


위성통신 사업자들이 선박과 같은 해상 환경이나 모빌리티, 군용, 엔터프라이즈 수요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기내 와이파이를 아직 제공하지 않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저궤도 위성통신의 잠재 고객이다.

도서·산간 지역의 통신 환경을 개선하고,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통신망 복구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저궤도 위성과 스마트폰을 직접 연결하는 '다이렉트투셀(D2C)' 기술이 고도화되면 저궤도 위성통신망이 지상 통신망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D2C는 안테나와 같은 별도 수신기 없이 저궤도 위성통신을 소비자의 기기와 바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스타링크의 D2C 서비스는 문자 수·발신만 지원하며 음성통화나 데이터 통신은 불가능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저궤도 위성통신 비용이 낮아지고 스마트폰과 바로 연결된다고 하더라도 지상망을 사용하는 것보다 속도가 느리다면 일반 사용자에게 널리 보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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