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볼보 등 잇따른 CEO 교체
전환기 맞이한 자동차업계 혼란 방증
인재 부족에 리더십 찾기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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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필로사 신임 스텔란티스 CEO.AFP연합뉴스 |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고경영자(CEO)를 빈번하게 교체하는 것은 전환기를 맞이한 자동차 업계의 혼란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완성차 트렌드가 내연 기관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으로 넘어가고, 중국 기업들의 저가 차량 공세가 강화하면서 전통적 자동차 제조사들의 위기는 점점 악화하는 모양새다.
불안감에 따른 성과 압박이 잦은 CEO 교체로 이어지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지난 1년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CEO들이 5명 중 1명 꼴로 그만뒀다고 보도했다.
임원 헤드헌팅 업체인 사바나는 “스텔란티스와 볼보, 루시드, 닛산에서 CEO가 교체됐고, 상위 50대 자동차 회사 중 11개 회사의 수장이 임기를 채 1년도 못 채우고 내려왔다”고 전했다.
업종을 망라한 전세계 상장 기업의 연평균 CEO 이탈률이 지난 5년간 약 11%였던 것과 비교하면 자동차 업계의 CEO 교체 수난사는 더욱 도드라진다.
자동차 제조사 위기에 따른 CEO 임기 불안정성은 계속 심화하는 추세다.
자동차 산업 자체의 구조 변화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 등 대외 경영 변수까지 겹치면서다.
경영자 전문 헤드헌터 기업인
러셀 레이놀즈는 “지난해에만 10명의 자동차 업계 CEO가 회사를 떠났다”며 “2023년엔 4명, 2022년엔 3명이었다”고 밝혔다.
차기 CEO를 찾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차량) 등 SDV로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자동차 업계는 과거와 같은 전통적 제조사가 아니라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이 자동차 부문 이외의 첨단 기술도 요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마냥 외부 인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자본집약적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기존의 설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내부 사정을 깊이 이해하는 데다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시킬 전략까지 갖춘 리더십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스텔란티스는 지난해 12월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임 CEO가 떠난 뒤 후임자인 안토니오 필로사 CEO를 찾는데 6개월이 걸렸다.
스텔란티스는 당초 외부 인재들을 고려했지만 결국 내부에서 CEO를 찾았다.
필로사 CEO는 북미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이번 인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긴장으로 오히려 회사를 철저히 아는 임원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볼보가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던 전직 사장 하칸 사무엘손을 3년만인 지난 3월 다시 불러들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의 전기차 업체 루시드는 지난 2월 피터 롤린슨 전임 CEO가 사임한 뒤 아직 새로운 CEO를 찾고 있다.
닛산은 지난 4월 재정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경영
진도 대폭 물갈이했다.
애스턴마틴은 지난해 벤틀리 전직 CEO인 에이드리언 홀마크를 신임 사장으로 임명했다.
4년 동안 벌써 세 번째 리더십 교체다.
크리스 던킨 사바나 매니저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 전반의 리더십 교체를 살펴보면 현재 차량 업계의 변동성과 혼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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