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불량 원인 콕 집는다 … 中企 품질 살리는 '진단 닥터'


"불량이 어디서 나오는지 진단하는 게 제 일입니다.

수술은 엔지니어가 하지만 어디를 절개할지는 제가 먼저 짚죠."
김창대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사진)은 자신을 '진단 전문의'에 비유한다.

1994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설비 센서 기반의 품질 업무를 맡아온 그는 지금은 데이터로 불량을 진단하는 스마트공장 품질 전문가로 활동한다.

삼성전기 필리핀 법인과 삼성LED,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품 품질팀을 거친 그는 2022년부터 스마트공장 위원으로 전환해 3년간 중소기업 30~40곳의 품질 개선을 지원해왔다.


김 위원은 "데이터를 중심으로 불량 원인을 분석하고 실험계획법이나 가설 검정 기법을 활용해 주요 인자를 찾아내는 게 제 역할"이라며 "개선은 엔지니어가 맡지만 어떤 조건을 바꿔야 하는지는 데이터를 통해 제시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기업은 광주에 있는 콘택트렌즈 제조사 지오메디칼이다.

스마트공장 도입 초기였던 이 회사의 불량률은 32%에 달했지만, 김 위원은 공정 파라미터를 최적화하며 불량률을 16%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전환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품질 전담 인력이 없고 데이터도 부족하며 정리가 돼 있지 않다"며 "같은 불량이라도 어떤 사람은 '찍힘', 또 다른 사람은 '긁힘'으로 기록해 표준화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환경 차이도 크다.

김 위원은 "삼성전기 시절 설비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2주간 모아도 전체에서 1000분의 1만 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했지만, 중소기업은 센서 부착이나 데이터 수집 자체가 큰 비용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의 성과는 그에게 큰 보람이다.

김 위원은 "내가 가진 품질 기술이 현장에 적용되는 걸 볼 때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며 "맨땅에 헤딩하듯이 시작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 변화가 생길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삼성에 재직하며 꾸준히 여러 품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왔다.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중심으로 이론과 현장을 함께 익혀온 것이다.

현장 경험과 데이터 분석 능력을 겸비한 '문제 해결 전문가'로 성장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품질에 대한 책임감이 있었다.


김 위원은 최근 파이선을 공부하며 빅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위원은 "이제는 단순한 진단을 넘어서 간단한 수술까지 할 수 있는 품질 전문가가 되고 싶다"며 "데이터 엔지니어로서의 전문성을 높이고 도금·도장 같은 기초공정에 대한 지식도 넓혀 실제 개선까지 자문하는 사람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기가 겪는 품질 문제를 직접 보고 해결하는 현장이야말로 진짜 배움의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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