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산업 강국, 함께 하는 제조혁신 ◆
 |
박상익 삼영에스앤씨 대표(왼쪽)와 문용권 삼성전자 ESG&스마트공장지원센터 위원이 노점계 테스트 장비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예전엔 배터리 공장에서 습도가 1.5% 정도면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0.5% 이하까지 요구합니다.
이런 초저습 환경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센서 만들기는 이제 저희가 합니다.
"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삼영에스앤씨는 자동차용 온습도 센서를 만들던 연 매출 150억원 규모 중소기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
삼영전자로부터 분사한 이 회사는 최근 2~3년 사이 배터리 공정에 필수적인 고성능 노점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노점계는 공기 중 수분이 응결되는 온도(이슬점)를 측정해 습도를 정확히 알려주는 기기를 말한다.
후발 주자이지만 이미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초저습 센서 샘플을 공급했고 현재는 본격적인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영에스앤씨가 노점계에 주목한 건 배터리 공정에서 습도 관리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공장 면적은 축구장 10배에서 많게는 20배 이상에 달하는데 이 안에 수백 개 센서가 설치된다.
공정 환경을 습도 1%대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정밀한 센서 없이는 수율 관리나 필드 사고 방지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삼영에스앤씨가 개발한 장비는 '칠드미러' 방식의 노점계다.
공기를 냉각된 미러에 통과시켜 이슬이 맺히는 지점을 직접 측정한다.
이는 기존 글로벌 1위 업체 핀란드 바이살라의 용량형 간접 측정 칩 방식과는 다른 구조다.
칩 기반 방식은 소형화와 빠른 반응에는 유리하지만 안정성과 수명에서는 자사 방식이 더 앞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상익
삼영에스앤씨 대표는 "칩은 성능 변화가 생겨 2년에 한 번씩 교체가 필요하지만 우리 제품은 미러만 청소하면 되고 수명이 2~3배 길다"며 "센서 하나의 오차가 전체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최근 배터리 고객사들이 노점계 정밀성과 신뢰성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영에스앤씨는 고객사에 단순히 센서를 납품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센서를 어떤 위치에 설치하고 어떤 방식으로 연동할지까지 설계·배선·설치·유지보수를 포함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 공장뿐만 아니라 배터리 기업들의 헝가리, 미국, 캐나다 등 글로벌 배터리 공장으로도 공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내년 하반기엔 북미 법인을 설립해 현지 서비스 대응도 강화할 계획이다.
독보적인 노점계 기술을 가졌지만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삼영에스앤씨가 노점계 양산 체계로 전환할 수 있었던 건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컨설팅이 결정적 계기였다.
지난해 12월부터 2개월간
삼성전자 위원 3명이 현장에 상주하며 조립 라인 구조, 테스트 공정, 창고 배치까지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이전에는 연간 800대도 만들기 어려웠는데, 공정 흐름을 바꾸고 시스템을 재설계한 뒤 연간 8448대 생산이 가능한 체계로 바뀌었다.
생산성은 956% 개선됐고 이동 동선은 13% 줄었으며, 작업 공간도 46% 확대됐다.
기존에는 공장 내 메인과 서브 조립의 구분도 불분명했다.
테스트 설비도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를 4대까지 도입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듀얼 포트 구성과 레이아웃을 최적화하면서 설비 2대만으로도 전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비용절감 효과는 20억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노점계 생산 현장에 가봤더니 3D 시뮬레이션 화면과 조립 장비가 체계적으로 배치돼 있었다.
각 조립 설비엔 정전기 방지 장비가 설치됐고, 자재 위치는 바코드로 실시간 관리됐다.
센서 생산이 흐름생산 방식으로 전환되자 '품질과 수율이 모두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영에스앤씨는 이번 공정 혁신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고객사의 실사에도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실사에서는 개선된 생산 설비를 중심으로 제품 제조 과정과 품질관리 체계를 선보였고 "신뢰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영에스앤씨는 외국산 일색인 초정밀 센서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이라는 게 눈에 띈다.
센서 설계부터 제작까지 국내 기술로 직접 개발하고 있어 고객사 배터리 공정 특성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유연성과 맞춤 설계 역량을 동시에 갖췄다.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 배선·연동 서비스는 물론 설치 이후 유지보수까지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 체계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회사 측은 전고체 배터리 시장이 상용화되면 공정 내 습도 기준이 한층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밀 측정이 가능한 노점계 수요도 함께 높아질 전망이다.
회사 측은 올해를 '준비기'로 보고 내년부터 신사업 매출 5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단일 제품군이 아닌 노점계를 포함한 온습도, 차압센서까지 통합해 전 영역에 대응하는 버티컬 솔루션으로 확장한다는 목표다.
박 대표는 "매년 2~3%씩 노점계 점유율을 확대해 글로벌 핵심 공급사 납품을 지속 늘릴 것"이라며 "고객사 내부적으로도 칩형과 칠드미러 센서를 50대 50으로 도입하려는 흐름이 있다.
후발 주자이지만 다음 세대 공정에서는 우리가 먼저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컨설팅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고객사와 대화가 통하는 출발점"이라며 "품질뿐만 아니라 양산 신뢰성도 확보해 한국 센서 기업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경·삼성 공동 캠페인
[성남 박소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