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방구석콘서트 만든 ‘그 회사’...이젠 220개국 K엔터 사랑방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온라인 기반 스트리밍 콘서트, 일명 ‘방구석 콘서트’가 큰 인기였다.

당시 외출이 어려워진 전세계 K팝 팬은 집에서 실시간으로 실감나는 영상과 음향을 만끽할 수 있었다.

온라인으로 아티스트와 실시간 소통까지 하며 공연을 즐기는 경험은 새로운 팬덤 문화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이 ‘방구석 콘서트’ 경험을 기반으로 전 세계 220여개국 팬들을 사로잡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한 기업이 있다.


엔터테크 스타트업 ‘빅크(BIGC)’다.

K팝 아티스트의 온라인 콘서트와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입소문을 탄 빅크는 이제 K팝을 넘어 J팝, 글로벌 톱 아티스트, 페스티벌까지 아우르고 있다.


빅크의 성공 중심에는 김미희 대표가 있다.

삼성전자 상품 기획 및 UX 디자이너로 신규 서비스 론칭 경험을 쌓고, 에듀테크 스타트업 ‘튜터링’을 창업해 150만 회원을 모으며 실시간 P2P 라이브 기술력을 확보한 인물이다.

튜터링 인수합병(M&A) 이후,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버추얼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며 2021년 빅크를 창업했다.


김미희 빅크 대표(빅크 제공)
빅크(BIGC)라는 사명에는 ‘빅 크리에이터(Big Creator)’, ‘빅 크리에이티비티(Big Creativity)’, ‘빅 채널(Big Channel)’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창작자와 팬이 함께 만드는 창의적인 공간이자, 아티스트의 선한 영향력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큰 통로’가 되겠다는 포부다.


왜 공연 보려면 따로따로 알아봐야 하지?
티켓 예매는 A 사이트, 실시간 라이브는 B 플랫폼, VOD는 C 서비스, 굿즈는 D 쇼핑몰, 팬 커뮤니티는 E 앱...
이처럼 빅크는 기존 엔터 시장의 파편화된 소비 구조가 K팝 팬 입장에서 ‘불편하다’는 인식 하에 사업모델을 다듬었다.

김미희 대표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온라인 공연장에 방문하는 것처럼 티켓 구매부터 실시간 관람, 양방향 소통, VOD 다시보기, 굿즈 쇼핑까지 모든 팬 경험을 한 곳에서 막힘없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지향했다”라고 소개했다.

일명 ‘올인원 디지털 베뉴’ 전략이다.


이는 단순히 여러 서비스를 모아놓은 것을 넘어, 공연이라는 하나의 IP를 중심으로 팬들이 아티스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콘텐츠 소비, 소통, 구매 등)을 한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팬덤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IP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공간을 의미한다.

팬들은 한 곳에서 끊김 없이 아티스트를 경험하고, 아티스트와 기획사는 IP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더해 AI 기반 실시간 다국어 자막, AI MC, AI 윤리 필터, 초저지연 스트리밍 등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미하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MAMA, KCON, 한터뮤직어워드 등 대규모 글로벌 이벤트도 빅크 작품이다.


그덕에 5분기 연속 매출액 평균 60% 성장, 올해 1분기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빅크는 최근 일본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중국,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빅크는 해외 224개국 유저가 쓰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빅크 제공)

Q. 빅크 창업 이전 튜터링을 창업해서 엑시트까지 한 것으로 안다.

이때 경험이 도움이 됐나.
그렇다.

‘튜터링’을 운영할 때 실시간 라이브 플랫폼 기술에 눈을 떴다.

당시 2000여명의 튜터(선생)와 150만 회원을 P2P 라이브로 연결하며 200만회 이상 라이브 수업을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때 얻은 기술력이 현재 빅크 실시간 콘서트 기술 기반이 됐다.

MAMA, KCON 등 대규모 이벤트 때는 200여개국, 수천만명이 동시 접속한다.

MAMA 투표 때는 1초 만에 300만명이 순식간에 몰리기도 한다.

지난해 한터 어워즈 투표에는 2억9700만건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러면 ‘스파이크 트래픽’이 일어난다.

보통 이럴 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하는데 빅크는 튜터링 시절부터 축적한 200만회 이상 라이브 경험과 데이터 덕분에 그런 일이 없었다.

사용자 중심 UX 설계, 스트리밍 품질 제어, 글로벌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등은 튜터링 때 쌓은 역량이다.


Q. 빅크는 왜 창업했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부상하며 기업보다 개인이 더 큰 가치를 가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 확신했다.

글로벌 공연 시장은 78조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하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중심이고 디지털 전환이 더뎠다.

팬들은 여러 플랫폼을 전전하고 아티스트 IP 수익화 서비스는 파편화돼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올인원 디지털 베뉴’ 개념을 만들었다.

오프라인 공연장이 티켓 부스, 공연장, MD샵 등을 한 공간에 갖춘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공연 티켓 예매, 실시간 라이브, OTT, 커머스, 팬 데이터 분석 등 필수 BM(사업모델)을 원스톱으로 제공해 팬 경험을 통합하고자 했다.


올인원 디지털 베뉴 전략 개념도(빅크 제공)
Q. ‘올인원 디지털 베뉴’라는 개념이 좀 어려운데.
기존에는 티켓, 스트리밍, 커뮤니티, 커머스가 분리돼 있었다.

빅크는 올인원 디지털 베뉴라는 콘셉트로 하나의 UX로 통합했다.

이는 단순히 여러 기능을 모아놓은 것을 넘어선다.

팬들은 공연 전 설렘부터 공연의 감동, 공연 후 여운까지 모든 여정을 빅크 안에서 완결하며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서비스에서 차별점으로는 기존에 하나의 공연이 온라인에서 단순 티켓만 판매하고 그쳤다면, 빅크에서는 팬 투표와 이벤트로 먼저 전세계 흩어져 있는 팬을 모으며 공연 사전에 즐길 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이후 공연 티켓 예매 서비스를 오픈, 티켓 매진 후에는 입장하지 못한 전세계 팬을 대상으로 공연의 실시간 라이브 티켓을 판매한다.

또한 공연 사후에는 영상과 한정판 굿즈를 통해 아티스트를 또 만날 수 있다.

이렇게 휘발됐던 콘서트, 팬 이벤트와 같은 IP 하나에도 통합된 플랫폼에서 N차(여러 차례)의 이벤트가 가능해진 것이다.

팬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콘서트 추억으로 아티스트에 대한 팬덤이 더욱 강해지고 공연 주최사와 엔터사 입장에서는 N차 수익화를 하게 돼 수익을 높일 수 있다.


Q. 1분기 첫 흑자 전환 비결은?
팬과 아티스트 양측 니즈를 정확히 읽고 플랫폼 구조를 설계한 게 컸다.

지난해 하반기 월드투어, 팬미팅 중심 프로젝트를 티켓-라이브-커머스 올인원 모델로 수익을 강화하며 BEP(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성장했고, 5분기 연속 60%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100만 멤버십 사용자(2025년 4월 기준)는 220여개국에서 유료 마케팅 없이 유입됐다.

각국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홍보해주는 팬 덕분에 멤버십이 전년 대비 1700% 증가하며 빠른 성장을 이뤘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여러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를 짠 것도 도움이 됐다.

빅크 패스(티켓), 라이브(실시간, VOD), 스토어(커머스), 초이스(팬덤)가 모두 제각각 매출과 수익을 내는 식이다.

이런 구조 덕분에 유저 수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일명 멀티 BM(사업모델) 구조다.


김 대표는 “끊김없는 라이브 기술 등 AI기술에서 차별화했다”라고 설명한다.

(빅크 제공)

Q.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던데.
지난 4~5년간 K팝 중심으로 검증했다면 이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할 시기다.

J팝 아티스트 내한 공연을 기획해보면서 시장성을 확인했다.

현재 빅크의 해외 팬 비중은 80%. 이중 15%가 일본 팬이다.

일본은 팬덤 문화가 고도화됐고 디지털 콘텐츠 구매 습관이 있어 빅크와 궁합이 좋다고 판단했다.

현지에 최적화된 빅크 패스, 라이브, 스토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Q. 중국, 미국 등 추가 글로벌 확장 계획은?
중국은 한류 재개로 기회가 있고, 미국은 팬덤 경제와 기술 시장이 성숙해 전략적 가치가 크다.

중국은 파트너십 기반, 미국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글로벌 아티스트 기반 프리미엄 모델을 계획 중이다.

빅크 차이나, 빅크 US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K팝을 넘어 J팝, 글로벌 아티스트, 페스티벌로 확장 중이다.

소수 빅스타에 의존한 사업모델 대신 빅크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 글로벌 공연, 이벤트의 디지털 혁신을 만들려 한다.

일명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라이브 공연 시장규모는 2030년 14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 Grand View Research, 빅크 제공)

Q. AI 시대인데 차별화한 기술 경쟁력이 있나.
진행자 없이 공연을 운영하는 AI MC는 상용화하고 있다.

AI 자막도 이미 12개 언어를 실시간 제공한다.

다른 서비스에서는 볼 수 없는 ‘AI 윤리 필터’도 있다.

실시간 온라인 대화에서 악성 댓글이 올라올 수 있는데 이를 사전에 걸러낸다.

국가별 네트워크 환경에 맞춰 화질을 자동 조절하고 0.5초 초저지연 스트리밍을 구현하는 ‘AI 업스케일링(Upscaling)’ 기술은 빅크만의 강점이다.

특히 인터넷 취약국(중화권, 동남아 등) 고객은 이런 기술 덕에 ‘끊김 없는 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는 반응이 많은데 이럴 때 뿌듯했다.

이런 기술은 팬덤 활성화, 몰입도 증대, 아티스트 보호, 수익 안정성에 기여한다.


Q. ‘전 세계 무대를 디지털화하는 넘버원(No.1) 엔터테크 플랫폼’이란 비전을 제시했는데 달성 계획은?
빅크 디지털 베뉴에 티켓 예매, AI 라이브, AI 팬 인터랙션, OTT, 커머스, 팬 데이터 분석 등 필수 BM을 수직 계열화했다.

여기에 AI, XR 등 신기술을 결합한 서비스를 계속 출시하고 있다.

빅크 패스로 새로운 티켓팅 경험을, 빅크 초이스로 AI 기반 즐길 거리를 제공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창조할 것이다.

K팝으로 시작해 200조원 글로벌 라이브 시장 혁신을 리드하는 No.1 엔터테크 플랫폼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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