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부도난 공사중지 현장
공매나와도 수십번 매각 실패
유찰 → 반값 공매 → 초기가격
황당한 HUG규정에 매수외면
“유동성·사업 모두 죽이는 구조
시장가 반영한 탄력 운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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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시 중앙동 유은센텀시티 전경. [사진출처=온비드] |
시공사가 자금난에 빠져 공사가 멈추는 탓에 미완성 아파트로 남은 이른바 ‘보증사고’ 사업장이 공매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수년째 팔리지 않는 사업장 중엔 이미 수십 번 유찰됐음에도 똑같은 공매가격으로 반복적으로 나오는 곳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20일 공매플랫폼 온비드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진행한 보증사고 사업장 11곳에 대한 공매가 모두 유찰됐다.
현행법상 시공사는 3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땐 반드시 HUG의 분양·임대보증에 가입해야 한다.
시공사가 아파트를 짓다 망하면 HUG가 수분양자에게 분양 대금을 돌려주고 사고 사업장을 공매에 넘기곤 한다.
HUG가 이번에 공매를 진행한 사업장 중엔 미완성 건축물인 제주 조천읍 레이크샤이어도 있다.
2020년 보증사고가 터졌지만 공매가 27차례나 유찰된 곳이다.
되풀이되는 공매가격이 거듭된 유찰의 배경이다.
레이크샤이어는 지난달에도 주인을 찾지 못하며 공매가격이 57억8497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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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복현동 416-2 골든프라자 전경. [사진출처=온비드] |
하지만 이달 공매가는 다시 최초 수준인 115억6995만원으로 원상 복구돼 나왔다.
HUG 내부 규정이 공매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 재공매 땐 최초 공매가격으로 다시 진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HUG 측은 “지나친 저가 매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레이크샤이어는 물론 대구 도심 흉물로 꼽히는 복현동 골든프라자(복현SKY), 전북 익산 라포엠 아파트 등이 수년째 끝없이 유찰되는 굴레에 빠져 있다.
복현동 골든플라자는 최초 공매가(276억원)의 54%인 150억원에 공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아델리움 브랜드로 공사되던 주택 단지가 대거 공매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당초 임대주택으로 지어질 예정이던 해당 단지들 역시 거듭 유찰되는 상황이다.
광주 신안동 한국아델리움(유찰 19회), 수기동 한국아델리움(26회), 궁동 한국아델리움(26회) 등이다.
그나마 선순위 채권이 있는 사업장은 매각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게 가능하도록 HUG가 최근 내규를 변경했다.
지난해 보증사고가 난 전북 익산시 중앙동 민간 임대아파트 유은센텀시티가 혜택을 봤다.
우리은행이 선순위채권을 갖고 있는 곳이다.
유은센텀시티는 최초 공매가 약 242억원에 나왔지만 현재 공매가는 약 43% 수준인 104억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지방 부동산 경기 침체로 중견·중소 건설사가 줄줄이 무너지고 있어 공매에 넘어갈 사업장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들어 벽산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삼정기업, 안강건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분양보증 사고사업장은 2021~2022년엔 한 곳도 없었지만 2023년 16곳, 2024년 17곳으로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15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3년간 건설 수주, 건축 착공면적, 건설투자 등 주요 실물 지표들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건산연은 이어 “미분양 증가와 기업 수익성 저하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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