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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대한민국의 인공지능(AI) 벤처기업 역량은 세계에서 경쟁하기 충분해요. 중요한 것은 이들 벤처기업의 성장을 도울 모험자본(벤처캐피털)이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는 겁니다.
"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 창업자인 백준호 대표는 1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AI 반도체 경쟁력은 고급 인력에서 나오는데 그에 걸맞은 연구개발(R&D)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모험자본이 탄탄히 받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지난 3월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의 8억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 인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 성장을 결정한 뒤 처음으로 언론과 만나 속내를 털어놨다.
백 대표는 "엔비디아가 세계 AI 반도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퓨리오사AI는 '레니게이드(RNGD)'로 당장 올해 말부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본사 서버실로 안내했다.
서버실에는 수많은 냉각 팬이 굉음과 함께 돌아가며 퓨리오사AI의 두 번째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탑재한 서버노드 수십 개가 뿜어내는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레니게이드는 FP8 기준으로 512테라플롭스(TeraFLOPS)의 연산 성능을 갖고 있다.
1초당 512조회의 부동소수점을 연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퓨리오사AI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사로 입회했다.
백 대표는 "국내에는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많다"며 "보다 나은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LG AI연구원,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등이 레니게이드를 테스트하고 있는데 상용화는 언제 가능한가.
▷현재 복수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레니게이드를 실제 서비스 운영 도구로 채택할지는 고객사의 선택이다.
확실한 것은 퓨리오사AI가 세계 최고 수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구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회사라는 것이다.
올해 말부터 레니게이드가 고객사에서 실제 AI 프로세스를 가동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 AI 반도체 시장 87%를 엔비디아가 장악하는 등 '엔비디아 생태계'가 너무 굳건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선보인 뒤
삼성전자가 갤럭시를 내놓으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나누지 않았나. 엔비디아 생태계가 형성돼 있지만 대안 생태계에 대한 갈망 역시 강하다.
레니게이드는 기업고객들이 요구하는 절대성능(
TPS)을 내면서도 전성비(
TPS/W)가 엔비디아 H100이나 L40S 대비 1.5~2배 높아 효율적인 추론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최적의 솔루션이다.
최근 퓨리오사AI가 가입한 울트라 액셀러레이터(UA) 링크 컨소시엄도 엔비디아의 독주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 생태계다.
―AI 분야에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AI는 글로벌 단위로 경쟁을 해야 한다.
주목할 것은 AI 분야에서 끊임없이 혁신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오픈AI, 앤스로픽이나 중국 딥시크처럼 지금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기업은 대부분 스타트업이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한국도 벤처기업이 AI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모험자본이 뒷받침해줘야 한다.
―국내 벤처 투자 환경은 어떤가.
▷퓨리오사AI는 2017년 창업 이후 시리즈C까지 1650억원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800억원 규모 C브리지라운드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벤처기업에 '스케일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에 국내 모험자본이 충분한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나올 것이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모험자본 비율은 0.26%로 미국(1.1%)이나 이스라엘(1.7%)보다 턱없이 낮다.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에 과감하고 빠르게 투자가 이뤄져야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다.
AI 시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사로 가입했는데.
▷지난 2월 협회장에 취임한 송병준 회장으로부터 입회를 요청받았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 30년간 한국 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해온 대표 단체여서 가입했다.
K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부회장사로서 적극 활동하겠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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