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300조 시대에 주목해야
박기영 단국대 석좌교수 기고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장점을 살려서 첨단산업에서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바이오에서 삼성, 셀트리온 등이 CDMO 사업으로,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삼성전자, 동부하이텍 등이 대만의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사업으로 세계 선두를 넘보고 있다.

또 다른 유망 첨단분야 파운드리가 태동하고 있는데 바로 소형 모듈원자로(SMR) 생산 생태계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폭발적 증가와 AI∙데이터 센터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해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기술을 적용한 SMR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다.


300MWe 이하의 출력을 가지는 중소형 원자로인 SMR은 강점이 뚜렷하다.

무엇보다 24시간 지속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해서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다.

또한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전 인류적 노력에도 부합한다.

기존 부지 및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국가 간 SMR 개발 및 건설 경쟁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약 20여 개의 SMR 모델이 개발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의 SMR 모델이 개발 중이며, 2030년 초 상용화를 목표로 주요 국가들은 SMR 시장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한민국도 SMR 시장 확보를 위한 역량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UAE 원전 건설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있는 등 국제적으로 원전 공급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계획된 400기 이상의 원자로 프로젝트 중 한국이 최대 43%의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원전은 부품수만 백만개에 이르고 안전규제요건, 품질관리 절차, 고난도의 제작기술 등으로 진입 장벽이 매우 높고, 이 때문에 한 번 구축된 공급망을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이것이 바로 파운드리 산업 생태계의 장점이다.

마침 국내에는 설계, 제작, 건설 등 SMR 제작을 위한 주요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이미 국내 기업들에게 세계 SMR 개발의 선두에 있는 업체들로부터 제작협력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향후 세계적으로 200GW에 달하는 SMR 기자재 수요의 약 3분의 1만 수주한다 해도 향후 20여년에 걸쳐서 매출효과는 약 100조원, 생산 유발 효과는 약 220조원, 고용 유발 효과는 약 60만명에 달해 국가 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국내 SMR 파운드리 구축을 통해 빠르게 확장하는 세계 시장에 ‘메이드인 대한민국’ SMR을 대규모로 공급하게 되면 수출을 통한 새로운 산업이 창출된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65%를 점유하는 대만 TSMC와 같이 국내 기업들이 SMR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SMR의 산업적 가치에 극히 주목할 때이다.


박기영 단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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