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나흘간 이어진 연휴로 외환시장이 거래를 멈춘 동안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1300원대까지 급등하며 원화가치가 이례적으로 급등했다.

달러당 원화값 급등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대만달러의 초강세가 원화가치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1일 달러당 32.12대만달러에서 5일 29.17대만달러로, 이틀 만에 약 9.2% 상승하며 30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는 대만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강세를 용인했다는 시장의 해석이 퍼진 결과다.

대만의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미국 투자 포트폴리오 헤지를 위해 달러를 매도한 것도 대만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대만달러와 원화는 아시아 통화 바스켓에서 상호 연관성이 높아서 대만달러의 급등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보인다.


두 번째로 미·중 무역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 심리를 뒤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세협상 재개를 시사하며 대화의 물꼬를 텄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협상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밝혔고,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관련 논의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소식은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를 완화하며 위안화와 대만달러 등 아시아 통화 강세를 촉진했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휴일 전 포지션 정리와 달러 약세 분위기도 한몫한 것으로 판단된다.

5월 연휴를 앞두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달러 롱포지션을 정리하며 환율 하락 압력이 커졌다.

또한 달러 인덱스가 100선에서 추가 상승을 멈추고 99대로 하락하며 달러 약세 분위기가 형성돼 원화 강세를 뒷받침했다.


원·달러 환율 급락은 국내 주식시장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먼저 원화 강세는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삼성전자 등 수출주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달러당 원화값이 1370원대까지 하락하며 수출 기업의 원화 기준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원화 강세는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수 유인을 높인다.

원화가치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주식의 실질 비용을 낮추며, 특히 반도체와 2차전지 등 글로벌 성장주에 대한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


[김준호 매일경제TV MBNGOLD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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