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트럼프 입만 … ’오락가락’ 美 증시
글로벌 증시가 오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형국이 됐다.
그의 관세 정책이 하루가 멀다 하고 뒤바뀌며 미국 등 주요 증시가 요동을 친다.
증시 전문가들은 ‘야수의 심장’으로 덤벼들지 말고, 트럼프 관세정책이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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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현지시간)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 선언했다.
전 세계 교역국을 상대로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날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바람과 달리 미국 증시는 ‘통곡의 날’이 됐다.
더 혼란스러운 건 4월 9일(현지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보복관세 수위를 올린 가운데 한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는 90일 관세유예를 발표했다.
그러자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나스닥은 하루 새 12% 뛰었다.
2001년 1월 이후 24년 만에 하루 최대 상승치다.
어느 면으로 보나 서학개미에게 투자 판단이 어려운 시기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주가가 급락했다가 ‘V’자 반등했듯 ‘역발상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낸다.
공포지수가 높아질수록 매수세가 유입되고 레버리지 투자가 늘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과거 사례를 보면 단기 급락 이후 중장기 수익률은 대부분 큰 폭으로 회복됐다.
S&P500 지수는 2008년 10월 8일 직전 3거래일간 10.4% 급락했다가 1년 뒤 11%, 3년 뒤 25%, 5년 뒤 88% 상승했다.
2020년 3월 18일에는 3거래일간 11.5% 떨어졌으나 이후 1년간 64%, 3년간 71%, 5년간 160% 수익률을 기록했다.
공포지수가 높아졌을 때도 비슷한 맥락을 보여왔다는 점도 반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다만 증권가에선 바닥을 더 확인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관세 전쟁의 향방을 아직 가늠하기 힘들어서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대치는 미국 증시에는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들어가는 중국산 물품에 총 104%라는 기록적 관세를 물리자, 중국이 대(對)미국 84% 추가 관세로 반격했다.
이후 트럼프는 다시 중국을 향한 관세를 124%로 올리는 등 서로 한 치의 물러섬이 없다.
중국도 숨겨놓은 카드가 만만치 않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희토류 등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무역 분쟁 대응 정책을 강화하는 등 미국에 대항할 카드를 마련해왔다.
2020년부터 천연가스 수입과 저장 시설을 대폭 늘리고, 식량 비축량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유지하는 ‘사재기’ 전략을 이어왔다.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의 타깃인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첨단 기술 산업을 2017년부터 전 국민 동원 체제를 가동해 적극적으로 육성해왔다.
이래저래 미국과 중국이 큰 ‘담판’을 짓지 않는 한, 불안한 증시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명순영 기자 Illust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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