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문이과 융합형 가수, 윤하의 무한도전…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가수 윤하 편

▣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15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이 공개한 촬영 후일담이 담겼습니다.<이야기를 담다>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원경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수진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이야기를 담다>비하인드 가수 윤하 편 전문.

감성적인 보컬과 깊이 있는 음악 세계로 사랑받아온 가수 윤하는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인 아티스트다.

<비밀번호 486>,<사건의 지평선>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과 긴 호흡을 이어온 그는, 자연과 생명에서 영감을 받은 7집 앨범을 통해 성장을 이야기하며,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노래하는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고 말한다.

◇ 김수진 작가의 크레딧 쿠키 - 윤하여야 하는 이유

# 5분 1초

보통 3~4분 정도인 대중가요 중에서 5분을 넘기고도 히트한 곡은 흔치 않다. 이승철의 희야 5분 33초,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5월 20초, 그리고, 또 하나 5분 1초짜리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다. 하지만, 희야는 빗소리로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낭독으로 일부 채워졌으니 실제 노래 분량으로만 따지면 사건의 지평선이 최고 아닐까?

길기만 한 것도 아니다. 높기도 높고 어렵다. 최고 음은 진성으로 하면 3옥타브 레, 가성으로 하면 3옥타브 파#, 부르다 숨넘어가기 십상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성량을 조금 포기하고 숨을 확보하고 불러야 해요. 모든 음조를 다 크게 웅장하게 부르려고 하면 너무 힘든 곡입니다."

원곡자도 인정한 어려운 곡. 하지만, 이것 하나만 잘 하면 윤하 못지않게 노래할 수 있다고 귀뜸해 주었다.

"<사건의 지평선>가사 중에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에서 '저기~'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에서 '여긴~'이 도입부만 힘주어 잘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론과 실제는 다르더라. 아무리 여기~ 저기를 외쳐 봐도 바로 안다. 우리는 모두 윤하가 될 수 없다!

# 윤하가 숨길 수 없는 것

얼마 전 가수 윤하가 결혼 소식을 알렸다. 든든한 짝을 만났다며 팬 카페에 자필 편지를 올렸다. 팬들은 꽤 놀란 것 같지만 사실 난 예상했다.

"그 질문은 빼 주셨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어떤 질문도, 그 어떤 요청도 마다 않던 가수 윤하가 딱 하나 조심스러워하는 질문이 있었다. 스. 캔. 들. 과거엔 예능에서도 술술 털어놓던 스캔들을 애써 꺼리는 이유는 딱 하나! 사랑하는 이를 위한 윤하의 배려였던 거다.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지 않나,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 그래서 인터뷰 내내 사랑에 빠진 윤하는 더 빛나고 더 아름다웠던 걸까?

◇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 개복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위대함

사랑할 때는<비밀번호486>, 헤어지면<오늘 헤어졌어요>, 비가 오면 에픽하이와 함께한<우산>. 싸이월드를 이용했던 세대에게 가수 윤하의 노래는 인생의 BGM이다.

# 범상치 않은 길

이렇듯 대중적인 가수이기도 하지만, 윤하는 좀 달랐다. 데뷔부터 달랐다. 2004년 일본에서 데뷔했다. 드라마 수록곡 부를 한국 여가수를 모집한다는 일본 제작사에 데모 테이프를 보냈다고 한다. 17살 어린 나이 일본에서 정말 많이 고생했다.

가는 길도 달랐다.<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곡이 역주행했을 때, 윤하는 한 인터뷰에서 "제작할 때부터 돈을 벌려는 앨범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지금의 가치관을 기록하는 내용을 완성하자는 의미에서 낸 앨범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당시 한 음악 평론가는 "윤하는 저물어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맥을 잇는 상징적인 아티스트"라고 했다. 이 말은 윤하를 이해하는 윤하의 많은 팬을 뭉클하게 했다.

# 범상치 않은 곡

물리학 용어인 '사건의 지평선'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역시 노래도 좀 다르다. 인터뷰 당시 불러줬던 곡도<태양물고기>. 태양물고기는 모두가 아는 물고기 '개복치'다.

개복치의 영어 이름이 'Sunfish'여서, 이를 그대로 다시 한국어로 번역하면 태양물고기가 되는 거다.

그밖에 같은 앨범의 다른 노래들도 물고기, 나무, 우주에 대한 이야기다. 윤하는 세계 일주를 하듯, 여러 생명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했다고 한다.

# 다 큰 개복치

그녀는 '성체가 된 태양 물고기'였다. 흔히 개복치(태양물고기)는 그저 멘탈이 유리 같은 사람들을 뜻할 때 사용한다. 개복치가 빛, 소리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복치는 억울하다. 이미 성체가 된 개복치는 사실 대단한 경쟁력이 있는 물고기다. 2~3억 개의 많은 알 중 1~2마리만 성체로 자라기 때문이다. 크기도 어마어마하다. 몸길이가 최대 4미터에 무게 2천 킬로그램까지도 커진다. 그렇게 성체가 된 개복치는 수명이 20년이나 된다.

게다가 개복치는 태양을 쬐러 수면 위로 떠 올랐다가, 깊은 바다인 심해 800미터까지 헤엄친다. 꽤나 부지런하게 심해와 수면 위를 오가는 물고기다. 주변이 어두울 땐 자체 발광으로 스스로 빛을 내기도 한단다. 그녀와 태양물고기가 꽤 닮아있단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그녀를 봐와서일까? 왠지 계속 어려 보이고, 여려 보이는 국민 여동생 같지만, 사실 그녀는 이미 데뷔 20년 차 중견 가수다. 체조 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했고, 전석 매진된, 무게감 있는 국민가수다.

그녀의 일상을 물어봤다. 직장인처럼 매일 작업실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매일 오후 1시에 출근해 10시에 퇴근하며 하루하루 한 작품, 한 작품씩 만들어나간다는 거다. 참 부지런하다.

그녀는 감성적인 발라드부터 강렬한 록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모두 멋지게 소화한다. 드라마나 영화, 예능에서도 두각을 나타냈고, 전시회도 열었다. 자연, 미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오감형 전시였다. 스펙트럼이 끝없이 넓은 아티스트다.

그런 윤하는 어두운 환경에서 빛을 내고 주변을 환하게 비출 수 있는 개복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미 환하게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윤하였다. '고윤하의 성장이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 김원경 피디의 비하인드컷 - 윤하의 과학 실험실 음악이 피어나다

세금계산서 한 장이 반전을 일으켰다. '업태 :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 윤하 소속사의 세금계산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과학? 이게 바로 '음악하는 과학자'가수 윤하의 정체성이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윤하는 한국 과학계의 은밀한 조력자"라고 말했다. 과학 전문가들조차 인정하는 가수인 것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독특한 시선을 지닌 아티스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예를 들어 바람, 개미, 연어, 구름 등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그녀만의 특별한 '공감대렌즈'로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 미스터리한 노래,<사건의 지평선>

<사건의 지평선>으로 역주행 히트를 기록한 윤하는 "이 노래 대체 누가 쓴거야. 힘들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노래는 그녀가 작사하고 작곡한 곡이다. 이 곡은 음역대가 높아 부르기도 어렵지만, 그 의미 또한 과학적 사고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블랙홀에서 넘어가는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경계면이다.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개념인데, 윤하는 이를 연인들의 영원한 이별로 재해석했다.

하나둘 추억이 떠오르면
많이 많이 그리워할 거야
고마웠어요. 그래도 이제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사건의 지평선>의 가사 중

이 노래로 윤하는 한국어연구회에서 감사패를 받고 고등학교 교과서 문학 지문에도 실리게 되었다. 깊이 있는 한국어로 세대를 아우르며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감동을 건네주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우주 개척자 간담회 초대되어 노래 아닌 스피치까지 했다.

윤하 : 저도 그게 굉장히 미스터리한 부분인데요. 저는 당연히 노래를 부르러 간 줄 알았는데, 스피치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저도 너무 놀랐습니다. 무척 긴장된 자리였습니다.

우주 개척자와 인공위성 개발자 등 과학 전문가들 앞에서 스피치를 하다니, 그들도 가수 윤하가 과학에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 제 음악은 가요입니다.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윤하가 7집 앨범을 안고 녹화장을 찾았다. 타이틀곡<태양 물고기>를 포함해<맹그로브>,<죽음의 나선>,<로켓 방정식의 저주>,<구름의 그림자>,<새녘바람>등 노래 제목들이 심상치 않다.

6집<사건의 지평선>이 우주와 천문을 주제로 했다면, 7집은 바다와 다양한 생물들에 관련된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춰
어기지 않는 약속
태양이 건네줬던 힘

어떤 누구의 얘기도
기꺼이 미소 짓도록
단단한 내가 되기를
하늘 담은 바다처럼

-<태양물고기>가사 중

윤하 : 호주로 여행을 갔다가 태양물고기와 맹그로브 나무에 감정 이입이 되어, 어떤 생명체와 종에 대입해 우리의 이야기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는 학자가 아니고, 제 음악은 가요입니다. 하하하

그녀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눈, 태양 물고기와 바다 나무의 눈, 대지와 바다를 누비는 구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공감대 렌즈’라는 색다른 시각으로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서 우리의 사고방식까지 확장시켜 준다.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고 온 윤하는 "오로라는 자기장이 우리를 감싸주고 있는 거잖아요.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지구에 있는 우리가 방사선 맞지 말라고…고맙게도…."라고 말했다.

'고마웠다'고 말하는<사건의 지평선>과 '별일 아닐 거다' 말해주는<태양 물고기>노래에도, 오로라라는 자연현상을 감상하면서도, 모든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긍정의 힘을 노래하며, 세상을 '윤하다움'으로 물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했다는 윤하, 앞으로 그녀가 펼쳐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볼 세상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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