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생명윤리부터 AI 규제까지…국제 사회, 기술 윤리 법제화에 속도

국제사회가 기술 윤리 정책 방향성에 대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를 비롯해 EU, 미국 등은 ‘인간의 존엄성 보호’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기술 발전과 윤리의 균형을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안전 법제화 노력 지속

우리나라는 기술 발전 속도에 발맞춰 국가 차원의 기술 윤리 법제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2005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은 대한민국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 보호라는 핵심 가치를 확립하고, 과학기술 발전과 함께 제기되는 생명윤리 및 안전 문제에 대한 공적 윤리 체계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등 공적 심의 제도를 통해 생명 연구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한편, 배아 및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윤리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법안은 제11조 ‘인간 복제 금지’ 조항에 따라 복제배아 생성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인간을 포함해 배아, 유전정보 등 연구대상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규정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편, 지난해 12월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AI 분야에서도 윤리성과 책임 강화를 위한 법적 기반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일명 AI 기본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AI 관련 법률 용어의 명확한 정의를 비롯해 AI 시스템 제공자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 제정은 인공지능 기술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고,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한 명확한 정책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입니다.

◇ 유럽연합(EU), 생명윤리와 AI 규제 모두 ‘인간 우선’ 기조

유럽연합(EU)도 인간 중심의 기조를 바탕으로 생명윤리와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권리와 생물 의학에 관한 협약(이하 오비에도 협약)’은 인간의 기본권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최초의 국제 조약으로, 1997년 유럽 평의회에서 채택된 이래 현재까지 유럽 내 생명윤리 정책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협약은 생식 목적의 인간 복제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는 주요 내용을 토대로 유럽 내 생명윤리 관련 논의를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입니다.

유럽연합의 인간 중심 정책 기조는 AI 분야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유럽의회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 이용에 관한 규제 법안인 ‘EU 인공지능법(EU AI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AI 기술의 혁신을 장려하는 한편, 인권 침해·조작 등 AI의 윤리적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책임 규정을 마련한 것이 특징입니다.

법안의 핵심은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위험도를 4단계(‘허용 불가능한 위험’,‘고위험’,‘제한적 위험’,‘최소 위험’)로 분류하고 제재 수준도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해당 법안에는 각 위험도에 따라 AI 시스템 제공자와 배포자에게 최대 3.500만 유로 (또는 연 매출 7%)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국, 생명윤리와 AI 규제에서 연방-주정부 간 자율성 조율

미국은 연방정부가 기본적인 윤리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주정부가 독자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연방의 생명윤리 규정 중 하나는 ‘공통 규칙(Common Rule)’으로, 연방 자금을 지원받는 모든 연구 대상의 권리를 보호하고 연구 윤리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대부분의 주 정부는 연방 기준에 따라 IRB(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운영 절차와 감독 강도는 주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AI 규제에 있어서 주정부의 자율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하원 의원은 지난 13일 주정부가 향후 10년간 AI에 대한 규제를 시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법안은 주정부가 AI의 설계, 성능, 문서화 등 기술적 요소에 대해 규제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으며, 이미 제정된 주 단위의 규제도 무효로 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AI 기술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사전 차단하고, 연방 차원의 통일된 AI 윤리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 이기연 연구원 / lee.gi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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