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 꼭 타봐야 할 한국車”…완전 실망했는데, 타보니 또다른 ‘걸작’ [최기성의 허브車]

초심 잃었나 오해, 간절함이 빚은 ‘갓성비’
겉모습에 ‘실망’, 알찬 성능에 ‘희망’ 봤다
토레스 HEV-가솔린車 단점 3년만에 없애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기아 쏘렌토 [사진출처=KGM, 기아/편집=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목숨걸었다”
3년 전 KG모빌리티(구 쌍용차)이 첫선을 보인 중형 SUV인 토레스(TORRES)를 처음 타봤을 때 느낌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20년 넘게 주인을 잇달아 잘못 만나 벼랑 끝 위기에 몰렸던 쌍용차가 새 주인을 맞아 다시 부활하고 싶다는 절실함이 디자인과 성능에서 전해져서다.


절박함과 절실함을 담은 토레스의 디자인과 가격은 3년 전 기준으로는 파격적이었다.


당시 쌍용차만의 존재감을 다시 갖춰 다시 생존하겠다는 간절함은 ‘디자인 걸작’을 탄생시켰다.


가격도 파격이었다.

시작가는 2740만원으로 당초 3000만원대 중반대에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절박함과 절실함은 성능에서는 단점으로 드러났다.


시동을 걸 때 발생하는 엔진의 떨림, 가속페달을 밟을 때보다 실내로 파고드는 거친 엔진소음, 부족한 가속반응, 불안감을 살짝 들게 하는 고속·코너 주행 안정감 등이다.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 부담으로 안정감과 승차감의 완성도를 개선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도 디자인과 가격에서 보여준 절박함과 절실함은 “쌍용차 살아있네”라는 평가로 이어졌다.


3년 전 첫선을 보인 토레스 가솔린 모델 [사진출처=KGM]
KG모빌리티(KGM)로 사명을 바꾼 뒤에도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워 현대차·기아가 장악한 SUV 시장에서 브랜드 존재감을 키워줬다.


토레스가 나온 지 3년째인 현재 KG모빌리티현대차·기아의 위세에 다시 눌리기 시작했다.


토레스 신차 효과가 사라진데다 여전히 막강한 현대차·기아 싼타페·쏘렌토의 위상, 르노 그랑 콜레오스 등 새로운 경쟁차종의 등장, 자동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경기불황 등이 맞물려서다.


게다가 야심차게 전기차로 내놓은 토레스 EVX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KGM과 토레스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출시 시기는 빠르게’, ‘비용은 적게’ 두 조건을 충족시킬 차종이 필요했다.


KGM은 전기차를 제치고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된 하이브리드카(HEV)에 주목했다.

그 첫 결과물이 토레스 하이브리드다.


보자마자 실망, 예전보다 절박함 사라져 방심했나?
토레스 하이브리드 [사진출처=KGM]
“이래서 팔리겠나, 완전 실망인데”
3년 만에 하이브리드카로 진화한 토레스의 첫 인상이다.

자동차 브랜드는 3년이면 실내는 물론 경우에 따라 외관까지 확 바꾼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지만 토레스는 그러지 않아서다.


기존 가솔린 모델과 차이나는 점을 찾아봤다.

새로 적용한 18인치 휠과 차체 뒷부분에 영문으로 하이브리드를 각인한 게 전부였다.


3년 전과 달리 절박함과 절실함이 사라진 듯 보였다.

지난 2022년 출시되자마자 토레스 결함 논란으로 이어진 헤드램프 눈 쌓임 문제도 미봉책에 그쳤다.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올해 나왔지만 헤드램프를 재설계하지 않고 눈 쌓임 방지커버를 제공했을 뿐이다.


다만, 출시된 지 3년이나 됐지만 ‘걸작’이라는 말을 들은 디자인은 그 매력을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정면 [사진출처=KGM]
수평선과 수직선, 면과 면, 음과 양이 때로는 대비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면서 역동적이고 세련되면서 정통성까지 갖춘 디자인 걸작의 가치를 유지했다.


길게 옆으로 이어진 보닛과 그릴 및 스키드 플레이트 일체형의 수평선, 좌우 그릴 테두리와 국자 모양의 주간주행등은 ‘북두칠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북두칠성은 도교에서 유래한 한국 민간신앙에서 비(雨)를 관장하는 신(칠성)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생명·운명·재물도 관장하고, 북극성처럼 길잡이 역할도 담당한다.


알파벳 ‘J’를 닮은 리어램프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 중 해를 뜻하는 ‘리’문양을 적용했다.

건(하늘), 곤(땅), 감(달), 리(해)와 태극은 우주만물의 근원이자 음양의 조화를 추구한다.


북두칠성과 태극기 문양을 토레스 앞뒤에 적용, 생명의 원천인 비와 해의 조화를 추구했다.


보닛에는 손잡이를 닮은 가니시 2개가 장착됐다.

후크를 사용해 텐트나 차양막 등을 거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C필러(뒷문과 뒤 유리창 사이의 기둥)는 두텁다.

수평 차체와 대비되는 수직 기둥인 필러를 통해 강렬한 대비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C필러에는 아웃도어 활동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스토리지 박스를 부착할 수 있다.


후면 중앙에는 과거 정통 오프로더가 부착했던 스페어타이어를 형상화해 육각형 타입 양각 장식을 넣었다.


실내는 3년 전과 달라졌다.

2023년 출시된 토레스 EVX, 지난해 나온 더뉴 토레스에 적용된 디자인으로 변경해서다.


실내는 12.3인치의 대화면 클러스터와 12.3인치 인포콘 AVN을 연결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를 장착해 다양한 주행 정보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스티어링휠도 3년 전에는 위·아래를 모두 잘라 둥근 사각형이었지만 현재는 토레스 EVX처럼 아래만 자른 ‘D컷’ 형태로 바꿨다.


기어 스틱도 사라지고 토글 스위치 타입 전자식 변속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출처=KGM]
뒷좌석에는 평균 체형 성인 3명이 충분히 앉을 수 있다.


트렁크도 넉넉하다.

적재 용량은 687ℓ로 가솔린 모델의 703ℓ보다는 다소 줄었다.

2열을 접었을 때 적재 용량은 1510ℓ다.

가솔린 모델의 확장 용량은 1662ℓ다.


그래도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여행용 손가방) 4개를 동시에 수납할 수 있다.

캠핑 및 차박 등 레저 활동에도 즐기기에도 부족하지는 않다.


실내 디자인은 우수하지만 재질과 마감은 아쉽다.

자세히 살펴보면 부품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고 부착 부위도 살짝 들떠 있다.


가솔린 모델 단점 ‘승차감·정숙성·성능’ 모두 개선
토레스 하이브리드 후면부 [사진출처=KGM]
눈으로 보이는 겉모습은 사실상 같지만 속은 완전히 달라졌다.

1.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기반의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중국 BYD의 도움을 받았다.

BYD가 개발한 직병렬 듀얼모터로 구성된 ‘듀얼 테크 하이브리드(Dual Tech Hybrid System)’ 시스템을 장착해서다.

가장 전기차에 가까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시승차는 1.5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을 채택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엔진의 최고출력은 150마력, 최대토크는 22.5kg.m다.

구동모터는 각각 177마력, 30.6kg.m다.

복합연비는 18인치 기준으로 15.7km/ℓ다.


가속성능은 확실히 깔끔하고 매끄러워졌다.

다소 답답했던 가솔린 모델과 차원이 달라졌다.

응답성도 향상됐고 힘 부족도 개선됐다.


고속이나 오르막길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용을 쓰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힘 부족이 느껴지지 않는다.


에코·노말·스포츠 모드별 차이는 크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노말 모드에 비해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지고 엔진소리가 좀 더 커지지만 역동적인 성능을 발휘하지 않는다.

굳이 스포츠 모드를 따로 구성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후면부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엔진·노면 소음은 가솔린 모델보다 확실히 줄었다.

정숙함은 기존 KGM 차종보다 한 수 위는 물론 다른 하이비리드카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수준이다.

흡·차음재를 보강한 효과다.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길에서도 충격을 잘 상쇄한다.

과속방지턱을 통과할 때 충격도 비교적 컸고 여진도 발생했던 기존 가솔린 모델의 단점을 없앴다.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성능은 수준급이다.

앞 차량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차선을 이탈하지 않는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구간단속 구간에서 규정 속도를 지켜준다.


가격 경쟁력도 높은 편이다.

가격(개별소비세 3.5% 및 친환경차 세제혜택)은 T5가 3140만원, T7이 3635만원이다.


중형 하이브리드 SUV이지만 가격은 소형 하이브리드 SUV 수준이다.

체급상 경쟁차종인 기아 쏘렌토, 현대 싼타페는 4000만원 이상 줘야 한다.


준중형 SUV인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차 투싼보다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이 정도면 ‘갓성비’(god+가성비)다.


토레스 하이브리드 주행 [사진출처=KGM]
토레스 하이브리드는 기존 가솔린 모델의 단점이었던 승차감, 정숙성, 주행성능을 개선하면서 기존과 달라지지 않았던 디자인에 대한 아쉬움을 없앴다.


하이브리드 모델로 3년 전 토레스의 영광을 또다시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토레스 가솔린 모델에 이어 다시한번 절박함, 절실함, 간절함이 하이브리드 모델에도 깃들었다.


사실 토레스 차명에도 절박함과 절실함, 그리고 희망이 담겨있다.

‘세상의 끝’ 남미 파타고니아 남부,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절경이라 불리고 있는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에서 유래했다.


이곳은 유네스코의 생물다양성 보존지역으로 지정됐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에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낙원’으로 꼽힌다.


토레스는 그동안 주인을 잘못 만나 ‘세상 끝’까지 밀려났던 회사를 살려주는 역할을 여전히 맡고 있다.


가솔린 모델, 전기 모델에 이어 토레스 라인업을 완성시킨 하이브리드 모델은 겉보다는 속을 더 알차게 채웠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낙원’이라는 토레스의 염원을 이어받은 토레스 하이브리드에는 ‘죽기 전 꼭 타봐야 할 차’가 되고 싶다는 KGM의 바람과 간절함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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