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청결함만을 위해 한 것이 아니다

이인혜 지음/ 현암사/ 2만7000원
‘목욕’이란 행위는 동물의 본능적인 습성인 동시에 인류의 문화이기도 하다.

증기를 쬘지, 탕에 몸을 담글지, 때를 밀지, 씻는 대신 옷을 갈아입을지 등 인간이 목욕하는 방식은 시대·문화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조선 시대에는 타인에게 알몸을 보이는 것이 무례하다고 여겨 전신욕을 잘 하지 않았지만, 고대 로마인에게 공중목욕탕은 매일 꼭 들러야 하는 사교활동의 장이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한 저자는 전국 각지 목욕탕을 돌아다니며 목욕탕 문화를 연구했다.

저자는 또 인더스 문명의 목욕탕 유적부터 오늘날 한국의 동네 목욕탕까지, 목욕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역사를 풀어낸다.

인더스 문명의 모헨조다로 유적과 고대 그리스부터 일본까지 세계사를 다루는 1부, 삼국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한국사를 다루는 2부, 해방 이후의 한국 공중목욕탕을 다루는 3부로 구성된다.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오스만튀르크 제국, 중세 유럽, 산업혁명 시기 영국, 아메리카 선주민, 미국, 핀란드, 인도, 일본 목욕 문화까지 등장한다.


책을 통해 저자는 목욕이 당시 사회상과 가치관을 반영하는 풍습이라고 설명한다.

각 지역과 시대 목욕 문화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끼친다는 것. 청결에 대한 관념, 종교적 교리, 공공 복지와 자연환경까지 목욕에는 수많은 역사적·문화적 맥락이 얽힌다.

4체액설을 믿었던 고대 그리스·로마에서 목욕은 체액의 균형을 맞추는 의료 처치였지만, 열린 모공을 통해 나쁜 공기가 몸에 들어온다고 믿었던 중세 유럽에서 목욕은 불결하고 두려운 행위였다.

한국 목욕탕에는 뜨거운 물을 담은 욕조가 필수지만 고여 있는 물을 불결하게 여기는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목욕 시설에 탕을 만들지 않는다.


함께 실린 다양한 도판과 일러스트도 볼거리다.

세계 각국의 시대별 목욕 풍경은 현대 한국인에게 꽤나 낯설다.

내용과 관련된 유적 사진과 유물 이미지를 실어 독자 이해를 높였고 찜질방 쉼터나 목욕탕 탈의실처럼 사진으로 실을 수 없는 목욕탕 풍경의 경우 일러스트를 활용해 현장 분위기를 전한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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