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외이사 관료 출신 늘고 학자 줄어"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근 6년 전과 비교했을 때 교수 등 학자 출신 사외이사는 줄어든 반면,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 인사의 영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CXO연구소는 '2019년과 2025년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특징 비교 분석' 결과를 오늘(10일) 발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내 50대 그룹 주요 계열사 중 사외이사 6년 임기가 만료돼 교체가 필요한 42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2019년에 처음 선임된 사외이사 56명이 올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가운데, 동일 기업군에서 올해 새롭게 영입된 사외이사는 55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 53명은 6년 임기를 채우고 퇴진하는 사외이사의 후임으로 선임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기업은 사외이사 자리를 줄이며 이사회 규모를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두산퓨얼셀, 에코프로비엠 등 3개 기업이 사외이사 선임을 최소화하면서, 전체적인 이사회 규모는 5% 정도 감소했습니다.

올해 신규 영입된 사외이사의 평균 연령은 58세로, 2019년 당시 57.7세보다 소폭 증가했습니다.

특히 60대 비중이 늘고 50대 초반과 후반 비중은 줄어든 점이 눈에 띕니다.

반면, 40대 젊은 사외이사는 2019년 8.9%에서 올해 12.7%로 증가해 일부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이번에 영입된 1980년대생 사외이사로는 김주호 카이스트 전산학부 교수와 스티븐송 스카코리아 대표가 있습니다.

여성 사외이사 비중도 2019년 5.4%에서 올해 7.3%로 상승했습니다.

현대자동차, SK바이오팜, 한진칼, LG헬로비전 등이 여성 사외이사를 새롭게 선임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김수이 전 캐나다 연금투자위원회 글로벌 PE 대표를, SK바이오팜은 조경선 전 신한DS 대표이사를 영입했습니다.

또한, 한진칼과 LG헬로비전도 각각 법학 및 경영학 분야 여성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습니다.

올해 신규 사외이사의 출신 배경을 살펴보면, 기업체 CEO 및 임원 출신과 율사 출신 비율은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학자 출신과 관료 출신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학자 출신 비율은 48.2%에서 38.2%로 줄어든 반면, 관료 출신은 12.5%에서 23.6%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2019년 2명에서 올해 8명으로 4배 증가했습니다.

삼성생명보험,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삼성 계열사가 장·차관급 인사를 대거 영입했으며, DB하이텍, HD현대에너지솔루션, 에스비에스 등도 고위 공직자 출신을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율사 출신 사외이사는 올해 6명이 신규 선임됐으며, 이 중 5명이 판사 출신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한 김창보 변호사는 SK텔레콤 사외이사로,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 김무겸 변호사는 두산밥캣 사외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올해 선임된 학자 출신 사외이사의 71.4%는 재무·회계를 포함한 경영학 전공자였으며, 이공계 교수는 28.6%로 조사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 전기공학부 이혁재 교수, 고려대 기계공학부 정진택 교수, 고려대 인공지능학 김찬우 교수 등이 기업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습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올해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의 70%는 다른 회사의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로 채워졌지만, 10% 정도는 기존 회사에서 퇴임하자마자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며 "사외이사 돌려막기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문경 기자 / sally3923@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