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언론압박...‘멕시코만’ 명칭 쓴 AP통신기자에 “출입금지”

‘멕시코만’ 명칭 유지하기로한 AP통신
백악관, 대통령실 행사에 출입기자 진입 막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백악관 전경. (출처=AP 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리는 행사에 AP통신 기자의 출입을 금지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해 사용하라는 지침을 AP통신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줄리 페이스 AP 편집상무는 성명을 내고 “백악관이 AP의 보도 기준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일치시키지 않으면 오벌 오피스 행사에 접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AP 소속 기자는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기구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정명령 서명 행사와 공동 기자회견을 취재하려다 제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AP는 대통령이 언론사에까지 그 보도 내용이나 명칭을 바꾸도록 명령하는 것은 미 헌법에 위배되며 미국 헌법은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페이스 상무는 “트럼프 정부가 독립언론사 AP통신의 방침에 대한 벌을 내리는 것은 경악할 사건이다.

AP통신의 보도 내용을 두고 백악관 집무실 출입을 막는 것은 대중의 뉴스 접근권을 방해할 뿐 아니라 수정헌법 1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과 동시에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알래스카주의 북미 최고봉인 데날리산을 매킨리산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AP는 “이 지역은 전적으로 미국에 속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연방 지명을 변경할 권한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해 디날리산의 명칭을 매킨리산으로 변경했다.


다만 멕시코만에 대해서는 보도에 있어 원래 지명을 계속 사용하겠다는 표기 지침을 밝힌 바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은 미국 내에서만 효력을 갖는 데다 400년 이상 멕시코만이라는 명칭이 공식적으로 통용돼 국내외 독자들에게 친숙하다며 “자사의 표기를 유지하되,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새로운 명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함께 언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AP통신에 대한 이번 금지 조치에 대해 당장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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