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지난 달 CES 2025에서 "양자컴퓨팅 상용화는 15~30년 후"라며 거리를 두던 젠슨 황이 불과 두 달 후인 오는 3월 예정된 GTC 2025에서 '퀀텀 개발자의 날' 행사를 개최하며 양자컴퓨팅을 전면에 내세울 예정입니다. 비관과 낙관을 오가는 이 모순된 행보, 단순한 말바꾸기가 아닙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가 이제는 양자컴퓨팅 생태계까지 장악하려는 빅 픽처가 깔려 있습니다. CES와 GTC에서 펼쳐진 젠슨 황의 이중 전략, 그 속에 숨겨진 복잡한 셈법을 CEO인사이트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 CES에선 "양자컴퓨팅 상용화는 먼 미래" 비관론
"실제로 쓸만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려면 15년에서 30년은 걸릴 겁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 젠슨 황은 양자컴퓨팅의 실용화까지는 아직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차기 행보에 대한 관심이 양자컴퓨터로 쏠린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발언 직후 양자컴퓨팅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대표적인 양자컴퓨팅 기업인 아이온큐(IonQ)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약 39% 하락하며 30.25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리게티 컴퓨팅(Rigetti Computing)과 퀀텀 컴퓨팅(Quantum Computing Inc.)의 주가도 각각 45.41%, 43.34%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CES에서 발표된 다른 신기술들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대비되며 양자컴퓨터는 아직 '기술적 난제에 묶여 있는 비현실적인 꿈'이라는 인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 GTC엔 양자컴퓨터 업계 거물 총집결
그런데 불과 두 달 후 열릴 GTC 2025(GPU Technology Conference 2025)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는 CES 2025에서의 발언과 달리, 엔비디아는 양자컴퓨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우선, 다음 달 20일 엔비디아는 사상 최초로 '퀀텀 개발자의 날(Quantum Developer Day)' 행사를 개최합니다.
그 밖에도 GTC에는 양자컴퓨팅 관련 26개 세션이 예정되어 있으며 업계를 대표하는 파스칼, 리게티, 디웨이브, 큐에라컴퓨팅, 퀀티넘, 아이온큐 등의 양자 연구진이 직접 참여합니다.
CES에서는 양자컴퓨터의 현실적 한계를 강조하며 거리를 뒀지만, 불과 두 달 뒤 GTC에서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주도하는 자리에 서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 엔비디아, 양자컴퓨팅 주도 선언하나
'퀀텀 개발자의 날'은 단순한 하나의 세션이 아니라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주도할 준비가 돼 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GTC의 주요 발표 내용을 미리 살펴보면 엔비디아의 양자컴퓨팅 전략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우선, 엔비디아는 GPU와 양자컴퓨터를 연결하는 '
하이브리드 컴퓨팅' 기술을 강조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앨리스앤밥, 아톰컴퓨팅, 디웨이브 등 주요 양자컴퓨팅 기업들과의 협업이 진행 중이라는 기존 발표도 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의 'CUDA-Q 및 cuQuantum' 프레임워크를 활용한 양자컴퓨팅 연구 가속화 세션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독립적인 양자컴퓨터 개발보다는 기존 GPU 아키텍처와 결합하여 양자컴퓨팅 기술을 실용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엔비디아, 양자컴퓨터에 뛰어드는 이유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있습니다.
AI와 딥러닝 혁명이 GPU를 필수 기술로 만들었듯, 양자컴퓨팅도 GPU와 결합해 '
하이브리드 슈퍼컴퓨팅'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젠슨 황이 '독립적인 양자컴퓨터'가 아니라 GPU와 결합한 '양자-클래식
하이브리드 컴퓨팅'을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기존 AI 모델이 클라우드와 엣지 컴퓨팅을 결합하여 성능을 극대화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AI와 양자컴퓨팅의 융합 가능성이 엔비디아의 가장 집중하는 분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GPU로 강화된 양자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AI의 학습 속도와 최적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AI 시대를 이끈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팅 시대에서도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집니다.
◇ 엇갈린 메시지에 숨겨진 복잡한 셈법
언뜻 보면 모순적으로 보이는 젠슨 황의 이중 행보에는 이처럼 복잡한 전략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CES에서는 양자컴퓨팅이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술이 아님을 강조하면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GTC에서는 양자컴퓨팅 생태계를 선점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며 업계를 주도하려는 이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젠슨 황의 양자컴퓨팅 빅 픽처에 숨겨진 복잡한 셈법에 대한 심층분석은 매일경제TV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8호 '슈뢰딩거의 고양이: 양자컴퓨팅 상용화에 달린 미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하영 기자 / kim.hayo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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