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최대어도 와르르'…싸늘하게 식은 IPO 시장, 이유는?

【 앵커멘트 】
연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증시의 IPO 시장도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고, 시장 전망은 어떤지 보도국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정호 기자 어서오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지난해부터 이어진 'IPO 한파'가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정도면 단순 한파가 아니라 '빙하기'라고 불러야할 것 같아요.


【 기자 】
네 맞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안좋았던 IPO시장이 올 초까지 계속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습니다.

올들어 현재까지 증시에 새로 입성한 종목은 총 8개 종목인데요.

이 가운데 무려 7개 종목이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특히 '데이원컴퍼니'의 경우 상장 첫날 하루만 무려 -40.0%의 낙폭을 기록했고, 그 외에도 와이즈넛(-36.47%), 아이지넷(-37.79%), 미트박스글로벌(-25.26%), 피아이이(-12.70%)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들 종목의 주가는 여전히 공모가 위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장 첫날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건 지난달 24일에 코스닥에 상장한 아스테라시스(44.35%) 1개 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멘트 】
특히 이번 상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던 LG CNS마저 무너진게 의외였습니다.
통상 이정도 규모의 공모주는 상장 첫날 오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요.


【 기자 】
올해 상반기 IPO 최대 기대주였던 LG CNS도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9.85% 떨어지는 등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물론 이후 약간 반등했지만 여전히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대치를 하회하고 있습니다.

말씀해주신대로 대형 공모주는 통상 상장 첫날에 큰 폭으로 오르곤 했다는 걸 통계적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계산했을때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대형 공모주는 상장 첫날에 평균적으로 40%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상반기 최대어인 'LG CNS'에 거는 기대가 더 컸던건데, 이들마저 맥을 못추고 쓰러지자 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선도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향후 상장이 계획된 중소형사 역시 긴장된 표정으로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 앵커멘트 】
그런데 사실 공모주 청약시점과, 주식의 상장 시점이 그렇게 차이가 나지않잖아요.
그런데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30~40%씩 떨어진다는건, 공모주 청약시장과 주식시장의 가격 인식 차이가 상당하다는 뜻으로 들리네요.


【 기자 】
최근의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청약시점의 평가와 주식시장 상장 후의 평가 사이에 괴리가 제법 크다는 걸 확인할 수 있죠.

그래서 공모가 자체가 뻥튀기 되어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온바 있습니다.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비해 공모가가 높게 설정되고 있다는건데, 이건 배정받은 공모주를 상장 직후에 매도해서 차익을 실현하는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가 성행하고 었기 때문입니다.

'따상'이라거나 '따따상' 같은 증시 용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IPO 시장이 호황기던 시점에 상장하자마자 상한가 치고 달리는 종목들이 있었는데,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그시절을 기억하고 '묻지마 청약'을 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장 첫날 주가가 고꾸라지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국내증시가 연초에는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반년으로 넓혀서보면 상당히 고전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IPO시장의 빙하기와 시기적으로 겹치는데, 둘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봐야겠죠?

【 기자 】
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IPO 시장에 관심이 떨어진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한국증시의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에 도는 돈이 줄어들면 투자자금 수급에 예민한 IPO 시장역시 당연히 쪼그라 들겠죠.

그말인즉 증시의 부진이 곧 IPO시장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해외증시로 빠져나가거나, 주식보다는 안전자산을 찾는 개인 투자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그렇다면 국내증시 부진 원인으로는 어떤 것을 꼽을 수 있을까요?

【 기자 】
대내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국내 증시를 압박하는 요인이 상당히 많은데요.

대내적으로는 역시 정치불안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되면서 한국자산에 대한 위험인식이 높아졌고,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선포한 것도 큰 원인 중 하납니다.

기존 중국대상 갈등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까지 폭넓게 관세를 적용하면서, 수출 중심 국가인 한국에 특히 큰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이같은 상황에 한국 기업의 주가는 저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뿐만아니라 글로벌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주식보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도 증시 자금 이탈에 한몫하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향후 IPO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까요?


【 기자 】
케이뱅크와 씨케이솔루션의 경우는 지난해 하반기 상장을 추진했다가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상장계획을 올해로 연기한 바 있습니다.

IPO 빙하기에 상장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때문인데요.

문제는 현재 IPO시장을 억누르는 요소들이 단기간에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서, 당분간 이 같은 빙하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회사들은 저마다 해법을 찾아나서고 있는데요.

오름테라퓨틱, 씨케이솔루션 등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다가 연기한 'IPO 재수생'들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낮춰잡으면서 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이에스티이 같은 경우는 공모가 희망밴드를 유지하는 대신에, 공모물량을 160만 주에서 130만 주로 낮춰잡아서라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하겠다는 방침입니다.


【 앵커멘트 】
그렇군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보도국 이정호 기자였습니다.


[ 이정호 기자 / lee.jeongho@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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