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기소·항소·상고 다 억지
윤석열·이복현에 책임 못물어
일단 지르고 보는 검찰 고질병
수사·기소권 분리로 치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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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한주형기자] |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 검찰을 앞세워 박근혜 적폐 청산에 신명을 내다가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 검찰이 말을 안 듣자 손보기에 나섰다.
그 결과물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과 2차에 걸친 검찰 수사권 축소였다.
동기는 불순했고 검찰, 공수처, 경찰로 배분된 수사권에는 기준이 없었다.
그 대가를 지금 비싸게 치르고 있다.
공수처는 너무 무능해 해체 주장이 나오고 검찰 또한 수사권 논란에 내란 공소 유지를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 정부가 멍청한 수사권 배분 대신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 분리해 진짜 ‘검수완박’을 했으면 지금쯤 평가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공수처 대신 한국형 FBI를 만들어 부패·경제범죄를 포함한 중대범죄 수사권을 몽땅 이전시키고, 영장 청구는 경찰과 FBI 등 수사기관이 직접 하게 하며, 검찰에는 오직 기소권한만 남기는 방안이 있었다.
그랬다면 이재용 부당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에 있어서 검찰의 끝도 없는 헛발질은 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이재용 사건은 한국 검찰이 특유의 무능, 무모, 무책임으로 개인과 사회를 위험에 빠뜨릴수 있음을 보여줬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죄가 안된다”며 이 사건 수사를 중단하라고 했다.
검찰은 기어코 기소했고 1심에서 19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무죄가 났다.
항소 하지 말라는 여론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2심에선 혐의를 4개 늘려 23개가 됐다.
다 꽝이 났는데 또 상고를 택했다.
야구에서 일반적인 실책이 아닌 오버런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실수를 본헤드 플레이라고 한다.
검찰은 기소, 항소, 상고까지 3연속 오버런하고 있다.
검사는 바보가 아닌데 왜 바보처럼 구는가. 그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한국 검찰의 맹점이다.
검사는 수사하면 기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칼을 뽑았으니 휘두른다는 것이고 그래야 밥값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삼성처럼 사회적 관심이 큰 수사, 이른바 특수수사에서 특히 그렇다.
죄가 있어서 기소하는 것이 아니라 수사했으므로 기소하는 본말전도가 일어난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된 구조라면 그렇게 못 한다.
수사기관에서 넘긴 혐의를 기소청이 판단하는데 무죄가 나올 게 유력해 보인다면 불기소하거나 유죄 가능성이 있는 한두 개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할 것이다.
23대0은 나올수 없다.
1심에서 무죄가 나왔을 때 깨끗이 승복할 가능성도 커진다.
기소청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려면 수사기관이 더 유능해져야한다.
기소권은 그 자체로 엄청난 권한이거니와 무리한 수사를 막는 순기능이 있다.
기소청이라면 불기소했을, 늦어도 1심 무죄 판결이 나오자마자 접었을 이재용 사건을 검찰은 대법원까지 끌고 가는 무리를 범하고 있다.
잘못된 수사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또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인사가 나도 몇번은 날 것이고 그즈음 책임자는 그 자리에 없다.
이재용 수사 개시때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은 대통령이 됐고 기소한 이복현은 금융감독원장이 됐다.
당장 무능하다는 질책을 듣느니 나중에 무죄가 나더라도 일단 엮어 지르는게 낫다.
윤 대통령은 그 멘탈리티를 검찰을 나와서도 버리지 못하고 대통령 일을 즉흥적으로 할 때가 많았다.
대왕고래도 그렇고 계엄도 그랬다.
국민은 계엄에 한번 놀랐고 계엄을 그렇게 준비없이 한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어느 영화에서 검사역으로 나온 배우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내가 깡패라고 하면 넌 그냥 깡패야.’ 멀쩡한 사람을 깡패로 만들면 되겠나. 한국형 FBI가 생겨나 수사가 적성인 검사들은 그쪽으로 옮겨가고 나머지는 기소청 검사로 남아 분리된 길을 갈때 수사는 세련돼지고 기소는 엄격해질 것이다.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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