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이 부당대출, 브로커와 작당까지”…또 늘어난 금융사고, 당국 팔 걷는다

우리은행 전 회장 불법대출 추가 적발…총 730억
영업점서 브로커 동반 작업대출…금품 수수 정황도
당국, 대출 범죄 수상당국 통보…강력 제재 예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2024년 금융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시중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씨는 같은 교회 지인인 대출 브로커를 부하 직원이던 지점장 B씨에게 직접 소개해줬다.

B씨는 해당 브로커를 통해 17억8000만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했고, 이 과정에서 3800만원의 뒷돈을 챙기기까지 했다.


이는 금융감독원 조사 중 밝혀진 실제 사례다.

이처럼 부당대출, 자회사 편법 지원 등 은행계 고질적인 금융사고가 지난해 또 늘어나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를 적발했다 해도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경우가 대다수였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M&A 무산되나…경영평가 등급 하향 ‘주목’
4일 금융감독원은 ‘2024년 주요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발표’를 통해 우리·국민·농협은행 등 3개 은행에서 3875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발표 중 우리은행에 대한 조사 결과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조사로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기존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금감원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은행 전 회장 친인척 불법 대출은 기존에 알려진 350억원 이외 380억원이 추가로 적발돼 총 73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 과정에서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종룡 회장은 생보사 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해당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는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렸다.

금융당국의 인수 불승인으로 계약이 틀어질 경우 인수가의 약 10%인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 이러한 주요 사항도 이사회에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발표에서 우리금융의 M&A 추진 여부를 가를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공개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와 ‘투트랙’으로 분리해 신속하게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선 이르면 3월 중순, 늦으면 4월 발표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우리금융 외 조사 대상이었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도 각각 892억원, 649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부당대출 892억원을 해준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대출에 대해서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이와 같이 개별 영업점 전결 여신에서 금융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업점 내부 감사 주기를 3년으로 일률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사기간도 3∼4영업일로 짧아, 금감원은 감사체계가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해준 사실이 밝혀졌다.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확인됐다.


전국민적 은행권 반감 커져…당국, 강력 제재 예고
대출 관리 부실, 지나친 이자장사 등 최근 은행권에 대한 국민적 반감 여론을 의식한 듯 당국은 은행들의 불건전 경영 행태를 강도 높게 제재할 것을 예고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지주·은행의 임직원들이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며 “부실한 내부통제나 불건전한 조직 문화에 대해 상을 줄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고 재발 시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안 마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거액 부당대출 관련 범죄 혐의는 수사당국에 통보했다.


먼저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닌 지주·은행은 이번 검사내용에 대한 자체 점검계획을 업무계획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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