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고금리 장기화 조짐으로 강달러가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대선 캠프 경제 참모들이 오는 11월 대선 승리 시 미국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달러화 가치를 절하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집권 2기가 출범하면 보편적인 10% 관세 도입에 이어 달러 가치 하락까지 전방위적으로 무역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전 당국자 3명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깝고 트럼프 2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경제 참모들과 함께 달러 가치 평가 절하 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 의도적으로 그들의 통화 가치를 바꾸라고 압박하면서 미국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세계 무역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장 공격적인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수출 제품에 대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수출이 늘어나면 미국 무역적자가 줄어들게 된다.

라이트하이저는 달러화를 일방적으로 평가 절하하고, 관세를 올리겠다고 협박하면서 다른 나라 화폐 가치 상승을 압박하는 등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중국 등이 자국 통화 가치를 조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 행정부 전 당국자는 "트럼프 2기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일부 인사가 과대평가하는 달러가 무역적자 원인이라는 시각 때문에 환율 재평가를 우선순위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 2기 집권을 가정한 세부적인 환율 정책이 모두 정해진 것은 아니다.

대선을 전후로 해서 그 내용이 바뀔 수 있다.

달러화 가치 평가 절하는 수입품 가격 상승을 촉발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화 표기 자산 가치가 덩달아 추락하기 때문에 월가 금융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융업계 출신을 신임 재무장관으로 임명한다면 달러화 가치 절하 구상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직 당국자는 "달러 가치 평가 절하는 라이트하이저가 재무장관이 될 경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1기 때도 달러의 평가 절하를 수시로 주장했지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 등 월가 출신 관료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