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한미약품과 OCI 그룹 통합이 결국 무산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에서 형제 측이 완승을 거둔 건데요.
OCI와의 통합을 급제동시킨 형제 측은 경영 시험대에 오를 전망입니다.
김우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한미그룹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형제 측의 승리로 일단락됐습니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늘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과 재무제표 승인안을 의결했습니다.

오전 9시 진행되기로 했던 주총은 3시간 넘게 지연됐고, 의장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송 회장을 대리해 신성재 경영관리본부 전무가 주총 의장으로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미등기임원인 신 전무가 대리 의장을 맡는 게 적합한 것이냐는 의문이 불거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오늘 주총의 핵심은 현재 대립하고 있는 창업주 일가 중 어느 쪽이 더 많은 이사회 자리를 차지하느냐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OCI 측은 한미사이언스와 OCI 홀딩스 통합을 찬성한 반면,

송 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 측에서는 이를 반대했던 상황입니다.


한미그룹의 모녀·형제 대립은 지난 1월 송 회장이 OCI 그룹과의 통합 추진을 주도하면서 촉발됐습니다.

송 회장 모녀는 한미사이언스OCI홀딩스 대상 제3자 신주발행을 포함한 패키지 거래를 통해 OCI의 안정적 자금을 한미약품그룹으로 끌어온다는 구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차남 형제는 해당 통합이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 사후 발생한 상속세 5천400억원을 해결하기 위한 '사익 합병'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습니다.

형제는 법원에 제3자 신주발행에 대한 금지 가처분을 내는 등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송 회장은 이에 대해 지난 26일 임주현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는 것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주주총회 직전까지 확인된 양측 우호 지분은 서로 엇비슷했습니다.


통합을 찬성하는 송 회장 모녀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42.67%, 반대파인 형제쪽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을 포함해 40.56%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열린 주주총회 의결 결과 형제 측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의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안건에 따라 임종윤과 임종훈 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습니다.

이것으로 확전양상을 보였던 한미그룹 창업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3개월 가까이 이어진 끝에 일단락됐습니다.

다만 이번 대립에서 언급된 상속세 재원 마련은 한미그룹 경영권의 숙제로 남게됐습니다.

매일경제TV 김우연입니다. [ kim.woo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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