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요즘 달러당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 그러니까 환율이 매우 치솟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매일경제신문 정주원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먼저, 오늘 외환시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 기자 】
네, 시청자 분들의 편의를 위해 원화값이 아닌 '환율'을 기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환율 급등세가 4월 하순부터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초만 해도 1천110원~1천120원 선이던 환율이 3월부터 종가 기준으로 지난 금요일인 9일에 10.4원, 월요일인 어제(13일)에 10.5원이 한꺼번에 올랐고요.
오늘도 원화 약세 흐름은 지속됐습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오전9시 개장 때부터 연고점인 1천190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중국 위안화 가치도 급락하는 등 아시아 신
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달러 대비 약세입니다.
오늘도 원화 약세 흐름은 지속돼 어제보다 1.5원 오른 1189원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 앵커멘트 】
왜 이렇게 환율이 급등한 거죠?
【 기자 】
지난 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윗 하나를 올렸습니다.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해 무역협상이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올리겠다"라는 으름장이었는데요.
지난해 미-중 무역갈등이 한창 극심했다가 최근 차근차근 합의에 이르는 와중이었는데, 갑자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입장을 밝힌 겁니다.
10일 미국에서 최종 협상이 타결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던 상황에서 시장은 '무역갈등 재점화' 우려로 순식간에 긴장모드에 돌입했습니다.
이 뉴스가 나온 이후 달러-원 환율도 1천170원대로 뛰어올랐습니다.
그리고 모두 아시다시피 트럼프의 트윗은 단순 압박용 협상 카드가 아니라 현실화로 나타났고요.
양국은 계속해서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아직 일정 등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결국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원화 등 위험자산은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여기에 이달 들어 4일과 10일 북한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물체를 잇달아 발사하면서 '무력 시위'에 나섰죠.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된 점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습니다.
【 앵커멘트 】
그러면 우리나라 내부의 이슈보다는 대외적 이슈에 흔들리는 상황으로 보면 됩니까?
【 기자 】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환율은 외국 통화와 우리나라 원화의 비교가치이기 때문에 글로벌 정치·경제 이슈에 영향을 받는 건 일견 당연합니다.
다만 최근 나타난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의 경제 기반이 허약해진 상황 탓에 더 극심하게 나타난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국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 즉 역성장한 것으로 발표돼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는데요.
수출 지표도 연달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우리나라 경제·산업을 떠받쳐온 기둥이 약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습니다.
【 앵커멘트 】
경기가 불안해지면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것 같은데요.
【 기자 】
네. 특히 이렇게 경제 기반이 약화한 상황에선 역외 세력의 외환 플레이가 극심해집니다.
역외 세력의 플레이란 외국계 금융사나 헤지펀드 등 거대자금을 운용하는 이들이 통화를 사고 파는 걸 말하는데요.
실제로 달러나 원화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통화 가치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배팅해서 환차익을 거두는 것이죠.
경제 기반이 취약하고 통화 변동성이 심해지니 우리나라 외환시장을 '놀이터' 삼아 계속해서 달러를 매수하는 양상입니다.
최근 2~3년간은 우리나라 수출 호조로 경제기반이 탄탄하다보니 이런 플레이가 눈에 띄지 않았었는데,
최근 들어선 역외세력이 플레이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겁니다.
그래서 원화 가치가 실제 떨어질 것보다 더 떨어지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거죠.
실제로 어제(13일) 날짜와 한달 전 기준으로 달러 대비 각국 통화를 비교해봤는데요.
중국(-2.214) 브라질(-2.212) 등 다른 신
흥국과 비교해도 원화의 변동폭(-4.316)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앵커멘트 】
하지만 또 한편으로, 환율이 오르면 우리나라 수출업체들에겐 호재 아닙니까?
일본 등 다른 수출국가보다 가격경쟁력이 좋으니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잖아요.
【 기자 】
네, 수출업체의 수익성이 가격과 물량으로 결정된다고 볼 때, 가격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지금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의 배경이 '글로벌 교역 위축'이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특히 한국은 미-중 무역갈등에서 가장 막대한 피해를 볼 국가로 꼽히는 곳입니다.
교역 자체가 위축되면, 환율로 인한 수익성 개선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 주식 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앵커멘트 】
환율 전망은 어떤가요?
언제까지 오른다고 봐야 합니까?
【 기자 】
환율 전망은 신도 맞출 수 없는 영역이라고들 하는데요.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변동성이 너무 크다보니 '수치를 말하기 어렵다' '환율 상승세를 더 부추기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입니다.
일단 추세를 봤을 때는 1200원선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갈등이 쉽게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그 외엔 당장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만한 요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까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땐 결국 원화 강세, 달러 약세 즉 환율도 하락 안정화될 거라고 보는데요.
다음달인 6월 말 일본에서 G20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는 미-중 갈등이 일시적 형태라도 봉합되지 않겠느냐 하는 전망이 나옵니다.
또 달러를 견제할 수 있는 중국과 유럽의 경기가 하반기부터 반등할 거라는 관측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외에 다른 주요국의 경기가 살아나면 투자 심리도 회복돼 신
흥국 자산으로 투자자금이 들어올 수 있고, 이는 원화 등 신
흥국 통화의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됩니다.
이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의 적정 환율 범위에 대해선 1150원 이하, 1100원 이상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 앵커멘트 】
지금까지 매일경제 정주원 기자와 미·중 무역전쟁과 환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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