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5개월 만에 또 인하했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등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하폭이 크지 않은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내수·소비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5년물과 1년물 LPR을 각각 0.1%포인트 낮춘 3.85%, 3.3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5년물 LPR은 주택담보대출, 1년물 LPR은 신용대출·기업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된다.


중국인민은행이 LPR 금리를 인하한 것은 5개월 만이다.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실물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 2월에는 5년물 LPR만 4.2%에서 3.9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5년물과 1년물 LPR을 동시에 낮춘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당국은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7%라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가 5.1%였던 점을 감안하면 '저성장 쇼크' 수준이다.


이 때문에 중국이 연초에 제시한 올해 경제 성장 목표치(5% 내외)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대 후반'으로 예상했다.

앞서 영국 투자은행(IB)인 바클레이스는 전망치를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과 과도한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 등은 중국 경제 회복의 최대 장애물로 꼽힌다.

여기에 계속되는 청년 실업과 고용 불안 등은 내수·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기준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보다 4.5% 하락해 2015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매판매 증가율은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 데 그치며 1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LPR 인하에 대해 중국 금융권에서는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인허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인민은행은 이달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했지만, 이와 별도로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LPR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인하가 필요하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앞서 싱예은행도 이달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안 좋게 나오면서 지난 15~18일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대규모 부양책이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졌지만, 경기 침체를 반전시킬 만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과거와 같은 '극약 처방'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인 수요 확대나 부동산 침체를 해소하는 조치들을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21일 공개된 3중전회 결정문은 반도체,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산업의 기술 자립과 공급망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AI, 항공·우주, 신에너지 등을 '전략 산업'으로 명시하며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품질 생산력 개념을 구체화했다.


부동산 시장 구조조정과 지방정부 부채를 완화할 수 있는 조세·재정 개혁 조치를 시사했고, 국내 민간 투자 및 내수 활성화와 외국인 투자 장려 방침을 언급했다.

민간경제촉진법과 금융법을 제정한다는 계획도 담았다.


[베이징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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