굼뜰 때마다 우려의 눈빛, 말 더듬자 ‘대참사’…바이든 사퇴 결정적 장면 5가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물러난 데는 몇 가지 결정적인 장면들이 영향을 끼쳤다.


가뜩이나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로 집중포화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이 여러 차례 말실수를 저지르고 굼뜬 행동을 보일 때마다 우려는 커졌다.


결정적으로 대선 토론에서 말을 더듬는 ‘대참사’를 일으킴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의 우군들조차 등을 돌렸고,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바이든 후보를 사퇴로 이끈 결정적인 5가지 장면들을 꼽아봤다.


▲말 더듬고 동문서답…망해버린 TV 토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대선 후보 첫 TV토론서 격돌하는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제공=AP 연합]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한 방에 날려버렸다.


토론 직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여론조사 지지율은 팽팽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4년 전보다 첫 텔레비전 토론을 3개월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지며 토론 직전 며칠간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토론 준비에 올인하자 기대감은 커졌다.

토론 방식도 후보별 발언 시간이 지나면 마이크가 꺼지는 방식이 도입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해 없이 온전히 발언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내내 힘없는 쉰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고, 발언 중간중간 입을 벌리고 허공을 빤히 쳐다보며 말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가 부채에 대해 질문했을 때는 한참 동안 말을 더듬다 의료보험과 관련한 답변을 하는 동문서답을 해 충격을 줬다.

트럼프는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즉각 공격했다.

토론이 끝난 후 부축을 받으며 부대에 내려와, 멀쩡히 혼자 퇴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 직후 바이든의 고령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 후보 교체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젤렌스키에 “푸틴 대통령”...잦은 말실수 논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 옆에서 발언하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제공=AFP 연합]
바이든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도 후보직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선 토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1일 바이든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트럼프 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푸틴 대통령”으로 부르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지난 2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으로 불렀다.

5월 캘리포니아주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잘못 불렀다.

지난해 11월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고 잘못 말한 바 있다.


▲갈팡질팡, 꽈당...노화 우려 불 지핀 이상행동

2023년 6월 미국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서 넘어진 바이든 대통령. [사진 제공=AFP 연합]
바이든 대통령이 보인 이상한 행동들도 노화 우려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린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기를 향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등을 돌렸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를 따랐다.

참전 용사들과 악수할 때도 예정된 의전을 따르지 않으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단체 사진을 찍을 때 혼자 떨어져 나와 낙하산 부대원에게 인사를 했다.

당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을 다시 데려왔다.


최근 한 행사에서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등 다른 참석자들이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을 추고 있는 와중에 혼자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 다른 행사에서는 파란색 옷을 입은 여성을 같은 색상의 옷을 입은 아내 질 바이든 여사로 착각해 따라가 우려를 샀다.


공식 석상에서 넘어지는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행사장에서도 졸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던 중 갑자기 모래주머니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2022년 6월에는 자전거를 타다 페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2021년 3월에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발을 헛디뎌 넘어졌다.


▲트럼프, 피격 후 주먹 불끈...영웅 부상에 ‘게임 끝’

총격 직후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지켜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 제공=AP 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장에서 범인이 쏜 총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를 스쳐 지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귀에 피가 나는 가운데도 성조기를 배경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싸우자”(Fight)를 외치는 사진이 전 세계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장면은 지지자들에게 영웅 이미지를 심어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가 사실상 끝났다”는 기류가 번졌다.

이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바이든 하차론이 더욱 거세졌다.


▲오바마, 펠로시, 클루니 등...지지자 잇따라 등 돌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 제공=EPA 연합]
대선 토론 대참사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의 지지를 받으며 완주 의사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를 지지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연방 하원의장 등 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등을 돌리자 뜻을 굽힐 수밖에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격 사건 이후 중단됐던 선거 유세를 재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불과 하루 만에 에 코로나19에 재감염돼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가 격리된 바로 다음 날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바이든이 사퇴해야 한다고 시사하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는 바이든 퇴진 여부에 대해 어떤 의견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에선 사퇴론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민주당 동료 의원들에게 “조만간 대통령이 후보에서 물러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여기에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수뇌부가 후보 사퇴 설득에 나섰고, 20명 이상의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사퇴를 촉구했다.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 등 주요 선거자금 기부자들도 사퇴 요구에 동참했다.

지난 10일 클루니는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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