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사회혼란 부추기고 국민에 책임 전가” 비판에도…반전거듭 마크롱의 승부수 [필동정담]

드골주의자를 자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스 정치가 반전에 반전을 보여줬다.


대통령 한마디에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의회가 해산되고 조기 총선을 치르는가 하면,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극우파는 결선투표에서 3등으로 전락했다.


올림픽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총리는 사임했고, 의회는 우파·중도·좌파 등 아무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채 연정을 위한 눈치싸움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지율 30%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무슨 ‘깡’으로 총선 승부수를 던졌을까.
마크롱 정권이 지난달 10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하면서 국민에게 재신임을 물었다는 게 표면적 이유다.

선거에서 프랑스 내 극우파는 총 81석 중 가장 많은 30석을 가져갔고, 중도파인 마크롱 정권은 13석에 그쳤다.


다만 외신들은 명분보다는 정치적 실리에 따른 결정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에서 의회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을 견제하기 위해 정부 불신임안 표결권을 가지고 있다.


낮은 지지율의 마크롱 대통령은 팬데믹과 전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재정적자 탓에 올가을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불신임안 위협을 받고 있었다.

조기 총선에서 패배하나, 정부 불신임안 통과로 허수아비 대통령이 되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 ‘강한 프랑스’에 대한 국민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골리스트로서 승부사 면모도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국민 영웅인 샤를 드골 전 대통령처럼 정치적 논란에 일시적인 사회 혼란이 따르더라도 과감한 국민투표로 재신임 또는 사임을 결정하는 식이다.


실제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이후 증세 반대, 이른바 ‘노란조끼’ 사태와 기후정책, 연금개혁 등 격렬한 반대가 나올 때마다 국민투표에서의 재신임으로 정권을 유지했다.

현지에서는 대통령이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국민에게 중요 결정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시적인 혼란에 이은 투표 이후 갈등이 봉합돼온 점을 간과할 수도 없다.

민생은 내팽개친 채 서로 국민의 뜻이라며 끝없이 정쟁만 하는 모습을 보면 드골리스트가 필요한 건 정작 우리 사회일지도 모르겠다.


진영태 글로벌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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