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 완주는 지장 없지만
지지자 결집·이탈 향방은 안갯속
유죄 확정에 일부 지지 철회했지만
결집효과에 트럼프 모금 사이트 마비

법원, 7월 11일 형량 선고 예정
징역형 처해질 가능성은 작아

유죄 평결에 눈 감은 트럼프 [AP =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가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향후 대선 정국 방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박빙 대결 구도인 점을 감안하면 유권자 일부만 이동해도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죄 선고까지 이어져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완주에는 지장이 없다.

미국 헌법상 미국 태생으로, 35세 이상이며 14년 동안 미국에서 거주한 미국 시민이라면 누구나 대선에 입후보할 수 있다.

기소나 유죄에 의한 제약은 없다.

선고 기일은 오는 7월 11일이다.


1917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정치인 유진 뎁스는 징병에 저항하라고 부추긴 혐의로 징역 10년 형을 받았지만, 1920년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로 옥중 출마해 약 91만 표를 득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감되더라도 출마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당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ABC방송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4%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경우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16%는 지지 여부를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나왔다.

유죄 평결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몇 주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에서 재판받는 동안 주요 경합 주를 돌면서 선거 유세를 진행했다.


박빙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탈표는 선거 결과를 완전히 바꿀 가능성이 있다.

더힐 여론조사 종합 분석을 보면 지난 28일 기준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불과 1.2% 포인트밖에 앞서 있지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의 일부라도 이탈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에게 무게 추가 급격히 기울게 된다.

30일 공영 매체 NPR과 PBS 뉴스아워, 메리스트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50%로, 트럼프 전 대통령(48%)을 2%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코넬 웨스트, 질 스타인 등의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바이든 대통령(40%)을 앞질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AP = 연합뉴스]
바이든 선거 캠프는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음이 확인됐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중범죄자이든 아니든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며 기부 요청 메시지를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몰아낼 방법은 단 하나뿐”이라며 “투표장에서”라고 적었다.

이어 “우리 캠페인(선거운동)에 오늘 기부하라”며 캠프 후원 링크도 공유했다.


이러한 점을 우려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판 자체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진짜 판결은 미국 국민에 의해 11월 5일(대선일)에 내려질 것”이라면서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호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사 토드 블랑쉬는 CNN에 “우리는 곧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캠프도 트럼프 전 대통령 명의의 이메일을 지지자 등에게 보내 “즉각적인 반격을 대규모로 해야 역사에 남고 바이든을 후회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캠프의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에도 기부금이 쏟아지면서 해당 사이트가 마비됐다고 CNN은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사건에 관한 소송을 일종의 정치적 박해로 간주하며, 일부 격전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후안 머천 판사와 배심원단을 협박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앞에서 한 뉴욕 경찰이 트럼프 지지 시위대와 반대 시위대의 충돌을 막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실제로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꾸기보다는 양측 지지층이 결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PBS 방송은 “재판 결과가 이미 강하게 형성된 트럼프에 대한 여론을 다시 만들기보다는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치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학 교수는 CNBC에 “범죄 유죄 평결이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가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평결을 받은 혐의들은 뉴욕주 중범죄 중 가장 낮은 E등급이다.

이러면 보호관찰 내지 최대 징역 4년 형을 선고받는다.

CNN의 선임 법률 분석가인 엘리 호니그에 따르면 통상 E급 중범죄 유죄 판결의 대부분은 집행 유예, 벌금 및 사회봉사 등 비구금 형을 선고받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가 설립한 SNS인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최대 15%까지 급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회사 주식의 65%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는 “트럼프 미디어 주가가 10% 하락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5억3200만달러(약 7365억원) 줄어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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