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동으로 수출되는 첨단 인공지능(AI) 칩까지 단속하고 나섰다.

자칫 중동을 우회해 AI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몇 주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에 대한 대규모 AI 가속기 제품 판매 허가 신청에 답변하지 않거나 지연시키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판매 허가 검토'가 길어진다는 것인데 언제 마무리될지 알 수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AI 가속기는 엔비디아가 주도적으로 만든 제품군으로, 데이터센터가 AI 챗봇이나 다른 도구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많은 정보를 처리하도록 해준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 AMD 등과 같은 회사의 대규모 판매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대규모 판매에 대한 기준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다.

미국이 수출 속도를 늦추는 것은 해당 첨단 반도체 칩이 해외에 판매되는 것에 대한 포괄적인 전략을 개발하고자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는 중국 기업들이 중동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최첨단 칩에 접근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고성능 반도체와 설비 장비가 중국에 가지 않도록 광범위한 조치를 취하는 중이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와 UAE 등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대량으로 수입하려고 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가장 첨단의 기술과 관련해 우리는 범부처 간 프로세스를 통해 광범위한 실사와 첨단 칩을 전 세계에 판매하려는 회사의 허가 신청서에 대한 검토를 철저하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동 및 전 세계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아 켄들러 미 상무부 수출 담당 차관보는 이달 초 AI 수출 통제와 관련한 논의를 하기 위해 UAE,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을 방문한 바 있다.

UAE에서 켄들러 차관보는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분야에서 협업을 위한 진척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중국으로 이전될 위험이 있는 40개국 이상에도 수출 시 별도로 허가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이 사우디나 UAE 등으로 첨단 반도체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날 엔비디아 제품의 중동 지역 수출 제한 조치 소식이 알려지자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77% 급락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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