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얼마 전 폭우로 침수된 반지하에서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죠.
열악한 반지하 거주시설이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대안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반지하 없애기' 정책을 두고 소 잃고 외양간을 없애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미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기록적인 폭우와 침수로 반지하 주택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자 정치권이 내놓은 정책은 '반지하 없애기' 였습니다.
최근 반지하 20만 가구를 전수조사 한 서울시는 해당 거주민에게 임대료와 공공임대주택 이주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23만가구 이상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50여개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야하고, 20만 가구를 순차적으로 흡수하는 데 20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진유 /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
- "실효성 측면에서는 좀 한계가 있어요. 서울만 하더라도 20만 가구면 노원구 전체 가구 수랑 같아요. 그러니까 이게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단기, 중기, 장기 이렇게 나눠서 정책을 펴야 한다."
반지하 거주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은 집값입니다.
지상층으로 이주할 경우 지원금이 제공되지만 최대 월 20만원씩 2년까지만 월세를 지급하는 구조. 지난 몇 년간 치솟은 서울 부동산 가격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반지하보다 월세가 저렴한 원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 같은 지원방안이 역차별이라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A씨 / 고시원 거주민
- "이건 아니죠. 제가 원룸(고시원) 살고 있는데 제 집이 반지하보다 싸거든요? 아니 뭐 이럴 줄 알았으면 저도 반지하 들어가서 살지 뭣하러 원룸에 살아요. 지금 반지하 들어가면 혜택 받을 수 있나? 이런게 진짜 탁상행정인 것 같아요."
게다가 소 잃은 외양간을 없애는 것이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과 함께 오히려 월세가 오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주택을 비주거용으로 용도전환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에도 유사한 내용으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반지하 주택을 매입해 주민 공동창고나 지역 커뮤니티시설 등 비주거용으로 용도를 변경한다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주택에 도시공사 지분이 포함되면 거래가 어려워지고 부동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반지하 공공임대에 거주하는 가구 중 약 80%는 타지역 공공임대 이전을 거절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 등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그만큼 정부와 지자체의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
매일경제TV 양미정입니다. [mkcerta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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