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세계백화점 분더샵의 도 넘은 '갑질'…중소기업에게 무차별 경고장 날리고 상표권 포기까지 압박해

【 앵커멘트 】
신세계백화점의 패션 편집숍 분더샵이 '상표권 갑질'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한 중소업체를 상대로 상표권 무효심판에서 패소했지만, 2심까지 강행하면서 상표권 포기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요.
분더샵의 '분'이라는 단어 하나만 포함된 중소업체들에게 경고장까지 보냈다고 하는데, 대체 어찌 된 일일까요?.
이유진 기자가 그 내막을 들여다 봤습니다.


【 기자 】
신세계와 1년째 분쟁 중인 분더키친 손주희 대표.

최근 4건의 상표심판 사건에서 모두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신세계가 이에 불복해 2심을 결정하자 경제적·정신적 피해가 막심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심판에 소요되는 비용으로만 수천만 원 이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손주희 / 분더키친 대표
- "애초에 분더샵이 있지만 '분더키친'은 문제가 없다고 해서 (특허청에서) 상표권을 내주고 그걸 6년간 사용하고 있는 건데, 이제 와서 '분'이라는 명사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소기업에게 계속 타격을 주고 있는 거죠"

지난 2014년 창업한 분더키친은 수제청, 착즙주스 등을 판매하며 연매출 3억 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상표명으로 '아주 좋은'이라는 뜻의 단어 'BOON(분)'과 주방이라는 뜻의 'The Kitchen(더 키친)'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를 둘러싼 '분더샵' 상표권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말 아이돌 그룹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도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지만,

법적 소송 직전 '분(B)더(T)샵(S)'의 앞 글자를 딴 상표권 'BTS'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법적 판결 없이 순순히 상표권을 포기했던 신세계가 중소기업과의 분쟁에선 '패소'라는 판단에도 2심을 진행하는 등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세계가 '분더샵'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세계 측은 상표명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회사 방침이라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뜻 밖의 행운, 절친한 벗이라는 분(紛)이라는 단어는 신세계만의 고유 상표권에 해당한다"며 "회사와 비슷한 상호명으로 소비자 오해가 우려돼 해당 소송을 진행했다"는 설명입니다.

'분더샵'은 지난 2000년 선보인 패션 편집숍 브랜드로 신세계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에 신세계는 작년 10월부터 상표명이 비슷한 수십 곳의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분더샵'에 대한 상표권을 주장하는 경고장을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당시 상표의 저명도, 업태 동종성 등이 재판의 승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라고 말합니다.

▶ 인터뷰 : 박소현 / 사랑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 "너무 유명한 상표같은 경우는 업종이 달라도 권리 행사가 가능한데… 그 정도로 (브랜드명이) 저명하냐가 가장 큰 쟁점이거든요."

삼성, 애플 등 유명 브랜드가 아닌 이상 단어 한 글자가 똑같다는 이유로 타업종 상표에 소송을 제기한 부분도 결국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소송을 진행할 여력이 되지 않는 수십 곳의 중소업체들은 수년 간 지켜온 상표권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마저 불거지고 있습니다.

매일경제TV 이유진입니다. [ ses@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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