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메이플자이 단지 전경. 위지혜 기자

'35평 고층 8억·320만원. 한강뷰, 잠원역 근접.' 최근 찾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약 2주일 전 입주를 시작한 단지 앞 공인중개사무소에서는 고액 보증금과 월세가 혼합된 이 같은 '반전세'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전세 매물보다 많았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대책에 전세자금 관련 대출 규제도 포함되면서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월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해 전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반전세로 변경하는 데다 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줄어들면서 세입자들도 전세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물량은 1만9505개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 전(6월 27일) 1만8796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3.8%나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2만4855개에서 2만5015개로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강남구(396개), 서초구(129개), 성동구(47개), 강동구(42개), 영등포구(39개), 마포구(38개), 송파구(37개), 동작구(21개), 양천구(14개) 등 서울 대부분 자치구에서 아파트 월세 매물이 증가했다.




이 같은 경향은 메이플자이 사례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이 아파트의 월세 물건은 주로 소형 평수에서 나오고 있다.

네이버 부동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용면적 59㎡A형의 전세 물건은 522개인 반면, 월세 물건은 582개에 달했다.

전용 84㎡B3형은 전세가 60개, 월세가 80개다.

아파트 월세 물건이 전세 물건보다 많은 것이다.


단지 앞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84㎡ 이하 매물 가운데 전세에서 반전세로 바뀐 사례가 많다"며 "중소형 평형은 임차 수요가 많은데 전세대출이 안 나오다 보니 월세로 돌려 잔금대출 이자를 버티겠다는 집주인이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직접 입주를 결정하는 집주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세로 내놨다가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실입주로 마음이 바뀐 집주인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전세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메이플자이 전용 84㎡ 매물에서는 전세가격이 크게는 3억~4억원씩 낮아진 것도 심심찮게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이후 하반기에 월세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물량은 한정됐는데 월세를 원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면 결국 가격을 올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9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월세 상승 전망(50.6%)이 하락 전망(6%)을 크게 웃돌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대출이 한도도 막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까지 적용되면 집주인 입장에서는 1억~2억원을 더 못 올린다"며 "결국 20만~30만원이라도 월세를 달라고 할 것이고 반전세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입자들의 전세 기피 현상도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유주택자'는 전세퇴거자금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낮춘다고 밝혔다.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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