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에 대한 규제가 날로 강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고액 자산가 사업 제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슈퍼리치를 전담할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속속 개점하며 자산관리(WM) 부문을 확장시켜 기업금융과 함께 올 수익성 성장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6일 '투 체어스 W 송도'의 대고객 영업을 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투 체어스 W는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은행의 PB센터다.
예·적금 등 수신잔액만 10억원 이상인 고객을 상대한다.
투 체어스 W에서는 PB지점장이 직접 고객과 상담하며 금융, 세무, 부동산은 물론 상속·증여에 이르는 자산관리 종합 컨설팅을 제공한다.
기존에 청담·도곡·여의도를 중심으로 개설해온 투 체어스 W가 인천에 문을 여는 건 처음이다.
더 다양한 지역의 자산가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펼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이달 말 서울 도곡 PB센터를 클럽1으로 격상해 오픈한다.
기존에는 일반 PB센터로 5억원 이상 수신 고객을 상대해왔는데, 클럽1으로 변경된 후에는 30억원 이상 수신 고객을 응대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자산가를 수신액 기준 5억원과 30억원 이상으로 나눈다.
초고액 자산가에 해당하는 30억원 이상 수신 고객의 자산관리에 더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서초와 반포 지역에서 고액 자산가들의 PB 수요가 있는 곳을 살펴보며 추가 개점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청담센터의 재단장 작업이 한창이다.
이곳은 수신잔액이 100억원 이상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로 올해 5월 오픈했다.
이 은행 최초의 통건물 PB센터로 고객을 위한 파인다이닝(고급 식당)과 미술품 전시장까지 갖췄다.
위치는 압구정로데오역 인근이다.
도보 10분 거리엔 국내에서 가장 화려한 PB센터로 꼽히는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 압구정센터가 있다.
고액 자산가를 본격 공략하기 위해 1·2위 은행이 압구정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시니어 자산가에게 공들일 방침이다.
시니어 전담 컨설팅 조직인 KB골든라이프센터를 현재 5곳에서 오는 9월까지 12곳으로 늘린다.
시니어 고객에게 은퇴 준비부터 노후 설계·자산 승계 전략과 관련한 조언을 제공한다.
NH농협은행도 올해 말까지 WM 특화 점포를 전국 100곳으로 확대한다.
IBK
기업은행은 미래 WM 인재 육성 프로그램 운영에 나섰다.
주요 은행이 PB센터를 강화하는 건 비이자이익 확대를 도모하려는 차원이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한 '6·27 가계대출 관리 대책'에 따라 은행은 하반기 가계대출을 당초 목표의 50%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서 전년 이상의 이익을 얻기 위해선 기타 수익 창구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하루 평균 891억원 늘었는데, 이는 지난 6월(2251억원)의 40% 수준이다.
4대 은행의 30억원 이상 고객 PB센터 수신잔액은 작년 말 66조998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68조3252억원으로 1조3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 3년간 연간 3조~4조원대 신장폭을 보였던 걸 고려하면 올해 말 7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박창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