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한 달을 맞은 우리 경제는 지금 내우외환의 거센 파고를 마주하고 있다.
'국가 주도의 정책 대전환'을 선언한 새 정부는 이젠 실행력과 성과로 이를 입증해야 한다.
이에 우리 경제의 당면 과제 중 시급한 현안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제언한다.
첫째, 민생 회복 대책은 정교한 설계로 준비해야 한다.
민생 회복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새 정부는 부채 탕감, 현금 지원, 지역화폐를 중심으로 긴급 처방을 준비 중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시장의 왜곡을 초래하지 않도록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부채 탕감은 일시적 유동성 위기 계층에 집중하고, 금융 교육 및 구직 활동과 연계해야 한다.
현금 지원은 소득 하위층 중심으로 근로 동기를 훼손하지 않도록 설계하며, 지역화폐는 통합 플랫폼화와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 도구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단기 처방은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프라·연구개발(R&D) 투자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첨단산업 육성은 생태계와 민관 협력이 핵심이다.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은 국가의 미래다.
공공 R&D는 핵심 기술에 집중하고, 민간과의 매칭 보조금·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통해 기술 확산에 속도를 내야 한다.
산학연 협력 고도화, 현장 중심 인력 양성, 기술이전 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규제 샌드박스는 실
효성 있게 개편하고, 대·중소기업, 스타트업이 함께하는 산업 통합형 실험 생태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셋째, 현실을 반영한 에너지 믹스 전략이 필수다.
탄소 중립은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와 산업경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은 확대하되, 기저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지역 에너지 자립 정책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넷째, 노동개혁은 균형을 갖추어 노동권 강화와 함께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투자 환경을 위축시키지 않게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등은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사전 조정과 신속한 중재 기구로 극단적 분쟁을 방지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한 제도 실험이 가능하도록 규제 샌드박스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트럼프발 통상 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관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관세 압박과 방위비 증액 요구는 외교를 넘어 경제안보에 대한 구조적 위협이다.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수출 주력 산업의 직접 피해가 예상되며, 미국 내 생산 확대와 맞물려 산업구조 재편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 원칙 복원, 대미 외교라인 정비, 수출시장 다변화, 통상·안보 통합 전략기구 설치 등 정부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방위비 협상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률과 역내 기여도에 기반한 합리적 조정안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는 위기와 전환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를 정교하게 관리한다면 도약의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국민과 시장이 정부를 신뢰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책 로드맵과 실행력, 우선순위의 설정이 그 출발점이다.
한국 경제는 위기를 넘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그 시작은 실행력과 균형감각에서 비롯된다.
[김재영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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