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0일, 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헌법재판소를 찾았다.
무엇이 수험생의 발걸음을 헌재로 향하게 했을까.
이 학생은 헌재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백신을 안 맞은 학생들은 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백신을 강제로 맞히는 건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
이 학생의 헌법소원에 500명 가까운 사람이 힘을 보탰다.
논란이 일자 한 사람이 해결사로 나섰다.
다름 아닌 당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다.
정 전 청장은 "청소년 백신 접종은 확실한 예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화이자 백신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청소년 접종의 안전성과 유
효성을 확인받았다"고 강조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백신이 서로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청소년 접종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정 전 청장은 악명 높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2021년 11월, 그는 "코로나19 유행이 악화되면 12월 확진자 수가 1만명, 내년 1월엔 최대 2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언급과 함께 정부는 곧바로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했다.
식당과 카페에 일행 4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은 출입을 막았다.
미접종자가 식당에 가려면 PCR(유전자증폭) 음성 확인서를 내야 했다.
이로 인해 코미디 같은 일들이 속출했다.
백신에 알러지가 있는 한 직장인은 음성확인서를 받기 위해 2~3일에 한 번꼴로 콧구멍을 찔러댔다.
필자는 방역패스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악의 정책 실패 사례라고 본다.
이 두 가지는 통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방역패스는 백신의 예방능력에 대한 무한신뢰를 토대로 했다.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에 안 걸리고, 안 맞으면 걸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미접종자는 코로나에 감염돼 남들에게도 퍼뜨릴 수 있으니 백신을 의무화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 혈액에 생기는 항체(IgG)는 코 점막에 달라붙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
백신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누구나 코로나에 걸린다.
예방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3년 초 우리나라 국민 97%가 백신을 맞았지만, 국민 70%가 코로나에 감염됐다.
천은미 이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없거나 아주 희박하다"며 "팬데믹 초기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으면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숱한 코미디를 양산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온갖 대화와 식사가 이뤄지는 식당은 감염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가장 안전한 곳은 야외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한창 대화를 나누고 밥을 먹고는, 식사가 끝난 후 외부로 나갈 때 마스크를 썼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광경인가.
한 저명 인사는 "그때를 생각하면 국민 모두가 거대한 사기극에 놀아난 느낌"이라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백신 부작용 신고 건수는 50만건에 육박한다.
이 중 사망자가 2000명 이상이다.
아직도 꽤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는다.
그들의 상처가 '현재진행형'인데, 정은경 전 청장이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새 정부 초대 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이다.
남편의 주식투자 논란 등은 정치권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이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과거 잘못된 정책에 대해,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라.
[남기현 컨슈머마켓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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