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지만, 스타트는 순조로웠다.

균형 잡힌 인사라는 호평과 함께 대외 관계에서도 미국·일본·중국 간 국익과 우선순위를 고려함으로써 안도감을 주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실용 중시 메시지가 신뢰를 얻으면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있다.

달러당 환율이 1350원 수준까지 내려갔고 코스피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폭락분을 만회하면서 3100선을 공략하고 있다.

임기 내 5000포인트 달성이라는 공약이 어색하지 않다.


물론 이재명 정부가 맞닥뜨려야 할 한국 경제의 현실은 험난하다.

자동차, 철강과 같은 우리의 주력 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세 공격의 먹잇감이 되었다.

방위비 협상과 맞물릴 수밖에 없어 이번 거래에서 잇속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내수 부진은 절망적 수준이다.

민간 소비와 서비스 생산은 역대급 빈사 상태를 경신 중이다.

특히 고용과 소비에 크게 영향을 주는 건설업 부진이 내수 회복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년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에서 0.8%까지 크게 낮추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명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수단도 제한적이거나 효과가 의문시된다.

재정 지출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실효성이나 국가 부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차고 넘친다.

금리도 마찬가지다.

물가상승률이 안정되고 환율도 낮아지고 있어 지원군으로 보이지만 주택 가격 오름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 부양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금리 인하는 수도권 부동산 경기 과열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건이 어렵고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자신감을 잃을 필요는 없다.

가장 낮은 성장률에서 출범하는 정부지만, 역설적으로 그만큼 성공 가능성은 높다.

물론 과감하고 용기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는다.


무엇보다 성장에 방점을 확실히 찍어야 한다.

구조 개혁이나 기본사회 공약도 건실한 성장세가 있어야만 실현할 수 있다.

트럼프 관세 공격을 버텨내기 위해서도 성장 활력이 필수적이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구조 개혁이 마무리돼서가 아니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아베노믹스가 중심을 잡으면서 저금리를 유지하고 재정을 꾸준히 투입했기 때문이다.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지금은 포퓰리즘 논쟁으로 시간을 끌 때가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풀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지펴야 한다.


금리 인하는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장은 8월부터 금리를 25bp씩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따라간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7월 25bp, 8월 25bp 인하해 물가상승률 이하인 2.0%로 낮추어야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

그래야만 경제주체들의 행동에 변화를 불러오고 재정정책과의 시너지 효과도 창출할 수 있다.

이재명 경제의 심장이 될 자본시장도 강력하게 뛸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공급 대책과 함께 이번 6억원 주택담보대출 제한과 같은 금융 건전성 규제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옳다.

시장 원리에 입각한 대책으로 실물경제 흐름과 괴리된 초일극 기대심리를 차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면 금리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선순환 흐름을 타면 부동산 가격도 안정될 수 있다.


이 대통령에겐 5년이란 시간이 있다.

그렇다고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가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면 첫 단추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끼워야 할 것이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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