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90일 관세 휴전
상호관세 115%P 인하에
낙폭 컸던 M7 일제히 반등
AI·반도체 다시 기대감 쑥
하
이닉스·
삼성전자도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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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연합> |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에서 석 달간 휴전을 선언하면서 관세 압박에 시달렸던 기술주 전반에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
미국 빅테크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종에도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열고, 상대국 제품에 부과해온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90일 동안 145%에서 30%로 낮추기로 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90일간 유예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이번 합의로 단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하락한 ‘매그니피센트7(M7)’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이날 기준 21.16% 하락했으며, 알파벳은 16.20% 내렸다.
애플(-15.83%), 엔비디아(-8.41%), 아마존(-4.90%) 등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를 제외한 M7은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기술주 투자자에게는 지금이야말로 꿈같은 시나리오”라며 “엔비디아는 중국발 관세와 관련해 특히 혜택을 볼 기업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인공지능(AI) 반도체 H20과 관련해 어떤 전개가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의 재정 절감 기조 속 팰런티어가 수혜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며 오라클이나 마이크로소프트도 긍정적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 전략가들도 미국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유럽 증시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들은 “90일 이후 어떻게 전개될지 알기 어렵지만, 이번 합의가 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라며 “강세장이 예상되며, 자동차·헬스케어·반도체 등 중국 관세에 노출된 섹터에 대한 재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중 관세 협상 결과가 발표된 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들은 일제히 반등했다.
아마존 주가는 하루 만에 8.07% 급등했고, 메타는 7.92% 올랐다.
테슬라(6.75%), 애플(6.31%), 엔비디아(5.44%), 알파벳(3.37%), 마이크로소프트(2.40%) 등도 M7 종목이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이 밖에도 브로드컴(6.43%), 마이크론 테크놀로지(7.49%), AMD(5.18%), 텍사스인스트루먼트(8.17%), 퀄컴(4.78%) 등 반도체 기업들도 강세를 나타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도 미·중 관세 합의가 국내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관세 갈등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내 수요 위축 우려를 초래한다”며 “국내 반도체는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에서 완제품 형태로 조립돼 간접적인 형태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9배, 1.2배로 이 같은 불확실성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 불확실성 조기 해소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성과 기울기는 결정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관세 불확실성 해소에 이어 실적 성장 전망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업계 1위 지위를 확보하며 올해 1분기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증권가의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8조7441억원이다.
삼성전자 가치사슬에 속한 반도체 종목의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하반기 수요 부진을 전망했던 스마트폰과 PC 등 IT 기기의 수요 회복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IT 기기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도 완화돼 레거시 비중이 큰
삼성전자 밸류체인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관세 부담으로 하락했던 자동차, 헬스케어 업종이 반등하는 반면 조선, 방산 등 관세 피난처로 부각됐던 업종은 단기적으로 제한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 측면에서 낙폭과대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건강관리, 소프트웨어, 디스플레이, 화학, 철강, 운송의 경우 단기 조정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는 현재 가격과 지수대부터 단기 등락을 활용한 비중 확대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조선, 방산, 기계와 내수 소비주는 중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지만, 단기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중 상호관세 유예 기간이 90일에 불과한 만큼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등 후속 협상, 10% 보편관세와 개별 품목 관세의 영향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향후 1~2개월 동안 협상 진전과 경기·실적 지표에 대한 증시 민감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미·중 협상 중 양국 의견차가 부각되며 갈등이 재차 확대된 바 있다”며 “아직 철강·자동차 등 섹터별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고, 의약품·반도체·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도 준비 중으로 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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