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스타 작가들은 ‘소년점프’ 등 종이 중심
“조금씩 웹툰 관심도 올라가고 있어
3~5년내 위상있는 작가 웹툰 진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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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웹툰 스튜디오인 넘버나인의 고바야시 타쿠마 대표가 12일 일본 도쿄 넘버나인 오피스에서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웹툰] |
‘라인망가’ 서비스로 일본 웹툰 시장 1위에 올라선 네이버웹툰이 지난달 현지 제작 스튜디오에 처음으로 지분을 투자하는 등 일본 내 창작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최대 만화 시장인 일본에서 이용자층을 늘리기 위해서는 현지 IP(지식재산권)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은 아직 단행본과 만화잡지처럼 출판만화가 인기 작가의 상징이자 만화 작가로서의 등용문 역할을 한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주술회전’이나 ‘원피스’ 같은 세계적인 만화가 일본 만화잡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언젠가는 이러한 일본 스타 작가들도 ‘라인망가’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시점이 올까.
현지 웹툰 스튜디오를 이끄는 고바야시 타쿠마 넘버나인 대표는 12일 일본 도쿄 넘버나인 오피스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아직은 출판만화를 목표로 하는 만화가들이 많지만, 출판만화에서 성과를 내는 만화가들이 웹툰에도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라며 “3~5년 내에는 명망 있는 만화가들이 웹툰에도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넘버나인처럼 웹툰에 집중하는 현지 스튜디오도 하나둘 생겨나는 것처럼, 기존 만화가들 사이에서도 웹툰이 차츰 중요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만화 유통에서 출발한 넘버나인은 웹툰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오리지널 웹툰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제작사다.
기존 출판만화는 일본의 3대 출판사가 이미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새로운 콘텐츠 포맷인 웹툰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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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 슌지 만화가와 넘버나인이 제작한 라인망가 오리지널 작품 ‘신혈의 구세주’. 일본에서 월 거래엑 1억2000만엔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등 글로벌 서비스로도 출시됐다. [사진 = 네이버웹툰] |
그 결과 넘버나인은 월 매출이 1억2000만엔(약 11억4000만원)을 돌파한 바 있는 대표적인 라인망가 오리지널 웹툰 ‘신혈의 구세주’를 탄생시켰다.
네이버는 넘버나인의 잠재력을 보고 지난달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고바야시 대표는 “조달한 자금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더 투자하고, 애니메이션화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작품이 시대를 초월하고, 국경을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IP를 만들고 싶다”라며 지분 투자를 통한 협력의 의의를 설명했다.
기존 출판만화와 웹툰은 넘겨읽거나 스크롤하며 읽는 그 형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제작 단계나 구성부터 다르다.
예를 들어 출판만화는 양쪽의 페이지를 활용해 여백을 줄이고 중앙보다는 좌우로 말풍선을 배치하는 반면, 웹툰은 여백을 적극 활용하고 중요한 정보는 화면 중심에 배치하는 등 기본 문법도 다르다.
출판만화를 그리던 만화가들에게는 웹툰에 대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는
카카오의 ‘나 혼자만 레벨업’이나 네이버웹툰의 ‘입학용병’ 등 일본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K웹툰이 현지 만화가들의 관심을 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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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바야시 타쿠마 넘버나인 대표(왼쪽부터), 에토 슌지 작가, 히로유키 엔도 넘버나인 편집자가 12일 일본 도쿄 넘버나인 오피스에서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웹툰] |
넘버나인의 ‘신혈의 구세주’를 그린 에토 슌지 작가도 출판만화로 시작해 웹툰으로 전향한 사례다.
에토 작가도 이날 참석해 “출판만화에 주력하던 상황이었는데,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을 밤새 읽으며 새로운 콘텐츠의 패러다임이 나타났다고 생각했고, 해보지 않은 것에 도전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에토 작가의 ‘신혈의 구세주’처럼 현지 작가의 작품이 라인망가에서 성공하는 사례도 잇따라 탄생하면서 다른 만화가들도 웹툰에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엄청 인기 있는 만화가 친구가 ‘신혈의 구세주’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하며 고바야시 대표와 자리를 만들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라인망가가 향후 ‘주간 소년 점프’처럼 일본의 스타 작가들이 작품을 연재하는 플랫폼이 될 잠재력도 충분하다.
고바야시 대표는 “웹툰은 아직 성숙기가 아니고 폭발적으로 커지는 성장기”라며 “일본에서는 만화 안 보는 사람이 없고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사람도 없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보며 자랄 텐데, 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도쿄=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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