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정국 불안과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금융안전판'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된 상태지만 최소한의 위기 대응 장치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다수가 입법 사항이어서 당국에서는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대부분 법안을 추진하는 목표 시점을 올 상반기로 잡아뒀다.
다만 향후 정국 상황에 따라 다수 정책들의 입법이 올해 하반기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1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의 올해 업무 최우선 목표는 '시장 안정'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올해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임원회의에서 "지난주 예상을 크게 상회한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급격히 약화되며 환율·시장금리 불안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통한 금융안정계정 도입이다.
금융안정계정은 말 그대로 위기 시 금융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자금이다.
예금보험기금 등을 활용해 유동성이나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정상 금융회사를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부실 금융사를 정리하기 위해 예보기금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사후 대응 방식 대신 부실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국회에 이미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그동안 '예금보호 한도 1억원 상향' 건에 밀려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또 금융회사에 부실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정리제도를 선진화하는 방안도 정부입법(예보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역시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산업은행 수권자본금 확충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전략적인 산업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은행의 수권자본금을 현행 30조원에서 50조원으로 늘리는 법개정에 나선 상황이다.
국회에는 자본금을 40조원에서 60조원까지 늘리자는 내용의 법안들이 올라가 있지만 현 시국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금융당국은 민생회복 관련 금융제도에 관해서는 서민금융 지원과 불법사금융 방지 관련 법안 통과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전자결제대행사(PG)가 정산자금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매출금을 보호하는 전자금융법 개정을 추진한다.
또 도박·마약자금 등 민생침해 범죄로 의심되는 계좌를 선제적으로 정지하는 제도를 만들기 위한 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은행법을 개정해 우체국의 은행대리업을 허용함으로써 금융 접근 소외계층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금융이 확산됨에 따라 그에 걸맞은 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올해는 디지털금융보안법이 제정될 예정이다.
자율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권한·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회사 책임도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현재 해당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또 21대 국회에서부터 계속 미뤄지고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위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 역시 속도를 내야 한다.
[채종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