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투톱'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 사진)과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국면에서 미묘하게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과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 철회 등을 둘러싼 여야 정쟁에 권 원내대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반면 권 비대위원장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집중 비판하며 보수 지지층 규합에 앞장서고 있다면, 권 비대위원장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상황에 대비해 중도층까지 포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다.


권 비대위원장은 8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라 고조되는 불확실성 등을 거론하며 "정부의 대응 현황을 면밀하게 점검하는 한편 당 차원의 지원 방안도 함께 모색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치적 혼란이 경제와 행정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여당이 방화벽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탄핵 관련 이슈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겉으로는 국정 안정, 민생 안정을 외치면서 아버지 이재명 대표의 조기 대선을 위해서라면 국익이든, 외교든, 민생이든 다 팽개치고 무조건 해치우겠다는 태세"라며 민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여당 내부에선 자연스럽게 '역할 분담'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원내대표가 대야 공세에 적극 나서고, 권 비대위원장은 그간 강조해온 국정 안정에 주력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기 대선을 대비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강성 지지층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이뤄지며 지지율이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치우치지 않는 당 사령탑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관저로 몰려간 강성 의원들 역시 당 지도부가 현장에 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서로 역할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일방적으로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당 개혁도 보수의 틀은 지키되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쌍특검법' 재의결 부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 비대위원장의 소극적인 역할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당이 살려면 대통령과 관계를 끊어내야 하는데, 현재는 당이 대통령과 껴안고 죽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리더십이 아직 발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은 당내에서 강경파가 다시 득세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로 보인다.

지난 6일 윤 대통령 관저에 나경원·김기현 등 중진 의원이 대거 모인 것이 이런 우려를 키웠다는 평가다.


두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 나섰다고 에둘러 밝혔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범여권 대선후보 중 선두권을 달리는 것도 강경파 득세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요인으로 꼽힌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최근 윤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야당을 향해 맹공을 펼치고 있다.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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