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용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가 실수요자 반발이 커지자 이를 잠정 중단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오락가락 행정으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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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정책이 혼선을 빚으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전경(매경DB). |
디딤돌 대출 LTV 최대 70%로 축소하려다 유예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최근 디딤돌 대출을 취급하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HUG가 운영 중인 디딤돌 대출은 가구당 2억 5,000만 원(신혼가구,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 원) 내에서 최대 5억 원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생애 최초 80%)까지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연 2.35~3.3% 수준으로 시중은행 금리보다 한참 낮다.
앞으로는 대출 한도부터 달라진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는 기존 LTV 70%에 HUG 보증으로 10%를 추가로 적용받을 수 있었는데, HUG가 보증을 중단하면서 LTV가 70%로 낮아진다.
소액 임차보증금 공제도 불가능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할 때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에게 보장되는 최우선 변제금에 해당하는 소액 임차보증금(서울은 5,500만 원)을 차감해야 한다.
그동안 보증상품에 가입하면 소액 임차보증금 상당액까지 대출을 내줬는데, 앞으로는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일례로 서울에서 3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 당초 2억 1,000만 원까지 나오던 대출(LTV 70%)이 5,500만 원(서울시 소액임차보증금 금액)을 뺀 1억 5,500만 원으로 줄어든다.
이뿐 아니다.
후취담보대출 취급이 제한되면서 준공 전 신축 아파트를 담보로 한 디딤돌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후취담보는 준공 전 아파트처럼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돈부터 먼저 빌려준 뒤 주택이 완공돼 소유권 설정이 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대출 방식이다.
정부가 정책대출 규제에 나선 것은 최근 디딤돌 대출을 포함한 정책대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 2,000억 원 늘면서 8월(9조 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절반가량 줄었지만 정책대출은 오히려 늘었다.
정책대출은 지난 9월에만 2조 2,000억 원 증가했는데, 8월과 비교해 4,000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대출이 막힌 수요자 반발이 커지는 등 현장 혼란이 커지면서 결국 이를 잠정 유예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대출 정책 행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SR) 스트레스(가산) 금리 2단계 도입을 7월에서 9월로 두 달 미뤘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부채 관리 주문에 나서자 7월 초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는 등 금융당국의 돌발 메시지도 시장 혼선을 키웠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집값이 불안한 상황에서 정책 신뢰가 무너지면 더 이상 대책이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된다”고 꼬집었다.
[Word 김경민 기자 Photo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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