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를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명칭을 변경해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조례에 대해 "상위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회계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29일 "비영리부문의 회계 투명성이 크게 후퇴할 수 있어 유감과 함께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은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 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울시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재의결 무효확인' 청구 소송에 따른 결과다.


서울시의회는 앞서 2019년 5월 채인묵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에 대해 2022년 4월 재의요구안 원안을 가결했다.

공인회계사(회계법인)만 할 수 있던 민간위탁사무 수탁기관 회계감사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하고, 세무사(세무법인)도 할 수 있도록 한 게 해당 조례안 골자다.


이에 대해 한공회는 "재판 과정에서도 원고는 업무 명칭을 '사업비 결산서 검사'로 변경한다고 하더라도 업무 성격과 본질이 공인회계사만 수행 가능한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금융위원회도 유권해석을 통해 상위 법령인 공인회계사법에 위배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애초 조례는 '사업비 회계감사(정산 감사)' 제도가 한 해 세금 1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재정적 통제를 강화해 사업비 부당집행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업수행 공정성과 재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 도입됐다는 게 한공회 측 설명이다.

한공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개정 조례가 시행되면 그동안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세금이 더욱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보조금·민간 위탁 사업비 등의 부정수급 관리를 위해 노력해온 점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공회는 서울시 조례가 원상회복돼 민간 위탁 사무의 회계 투명성이 다시 확보될 수 있도록 시민 청원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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