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회복 총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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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실에서 열린 중동 사태에 따른 긴급 경제·안보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
농산물 가격 고공행진에도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며 9월 물가가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6% 올라 2021년 2월(1.4%)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빼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2.0%로 지난달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김장철을 앞두고 금(金)사과 논란에 이어 금(金)배추 사태가 터졌다.
지난달 폭염에 배추(53.6%), 무(41.6%), 상추(31.5%), 풋고추(27.1%)를 비롯한 채소 값이 11.5% 급등했다.
농산물 물가는 3.3% 상승하며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올렸다.
전체 물가 상승요인을 100점이라고 봤을 때 지난달 농산물이 가격을 끌어올린 몫이 8.8점이라는 뜻으로 8월(7.5점)에 비해 입김이 세졌다.
채소 값에 맞서 물가를 끌어내린 것은 국제유가다.
가격이 안정되며 석유류 가격은 7.6% 내렸다.
다만 이날 새벽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이 격화하며 국제 유가가 2.44%(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급등한 게 변수다.
향후 중동 정세에 따라 물가가 출렁일 공산이 생겼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사태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불확실성이 크다"면서도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2% 안팎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수 회복이 하반기 경제 정책 최대 현안이 된 가운데 물가가 낮아지며 일단 정부는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물가 안정은 가계 실질소득을 떠받치는 핵심 요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물가 상승률이 1%대에 진입하며 하향 안정세가 자리 잡는 모습"이라며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이상 기후에 따른 농산물값 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가을배추 물량 6000t을 조기 출하하고, 수입 물량은 4100t 늘려 대응하기로 했다.
배추·무·당근과 수입 과일 전 품목의 할당관세는 연말까지 연장하고, 이번달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방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안에는 기후 위기 상황을 감안한 중장기 농·수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마련한다.
오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압력 역시 높아졌다.
당초 한은이 금리 인하 시발점으로 설정했던 올해 하반기 물가 경로는 2.3~2.4%다.
9월 물가가 1.6%를 가리키면서 3분기 물가는 2.1%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의식해 인하 시기를 놓고 고심에 빠졌지만 물가 측면에서만 보자면 금리를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국면이 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물가가 안정 추세에 접어드는 데다 유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가 시행되고 있다"며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가격 보합세와 미국 금리 인하 속도를 고려했을 때 11월에는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계부채 추이를 감안해 11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급증하며 금리 인하에 따른 리스크가 여전하다"면서 "11월에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부채 리스크를 감안해 한은이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환 기자 /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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