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혀 금리인하 시기 됐는데… 집값·가계부채 눈치보는 한국은행

◆ 가계대출 죄기 총력전 ◆
다음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으로선 치솟는 가계대출에 조금이라도 제동이 걸리면 금리 인하를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내수 부진은 심화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이 조성됐지만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도 변수다.

시장에선 최근 미국의 경기 부진으로 빅컷(기준금리 0.5% 인하)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경제학계와 시장전문가들은 경기 회복을 위한 금리 인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목표치인 2%로 떨어졌다.

반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를 기록하며 6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인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지금 중소기업들은 돈 빌린 데가 많아 금리 인하를 학수고대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도 대출이 많아 소비 여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내수가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금리 인하를 통해 기업과 가계는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생계나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 자산이 많은 사람은 금융 소득이 증가했다"며 "대출을 많이 받았던 사람들은 이자 비용이 증가하는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가계부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면서도 "금융 안정 등을 봐서 어떻게 움직일지 적절한 타이밍을 생각해볼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이 전방위 대출 규제에 나선 만큼 폭증하던 가계부채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나 금융권의 대출 규제 등이 부동산 대출 등 가계부채 증가세를 약화시킨다면 국내 물가나 내수 부진에 맞춰 (한은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금융당국의 규제와 함께 부동산 공급도 적절히 이뤄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석 교수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와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며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서울 지역 그린벨트 안쪽에 신규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후속 입법 조치를 통해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불안 심리를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2%포인트로 유지되고 있고, 미국이 인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 폭이 줄어드는 정도"라며 "미국이 낮춘다고 바로 내리기엔 환율과 대외 여건 등 변수가 많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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