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상황 등으로 실적 악화와 연체율 상승을 겪고 있는 여신전문회사(여전사)에 '조달비용' 증가라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자금 조달을 채권 발행에 의존하는 카드, 캐피털 등 여전사는 '저금리' 때 발행한 여신금융전문채권(여전채, 카드채·할부금융채·리스채)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자 고민에 빠졌다.


2022년 4월 이전, 한국은행 기준금리 1.5% 시절에 3%에도 못 미치는 낮은 금리로 조달했던 여전채의 만기가 연말까지 32조원가량이나 돌아오는데 새 채권을 발행해 이를 상환하는 차환을 위해서는 최고 6%대에 달하는 이자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여전사 유동성에 이상 징후는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사들의 경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5823억원으로 1년 전(2조6062억원)보다 0.9%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1.14%로 전년 말보다 0.29%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할부금융사, 리스사 등 캐피털의 당기순이익은 총 2조702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7041억원(20.7%) 줄었다.


이들의 작년 말 연체율은 1.88%로 전년 말 대비 0.63%포인트 급등했고,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20%로 전년 말 대비 0.66%포인트 올랐다.

여전사는 고금리와 경기 악화 영향으로 연체율이 치솟고 실적이 둔화돼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앞으로도 '채권 발행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폭탄과 조달비용 증가'를 감내해야 한다.


2022년 4월 이전에 발행됐다가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규모는 32조2925억원이다.


가령 2021년에는 신용등급 AA-인 하나캐피탈이 1.339%의 저금리로 300억원을, 신용등급 A+인 롯데캐피탈이 1.557%의 금리로 500억원을, 신용등급 A0인 한국투자캐피탈이 1.846%의 금리로 5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5일 기준 금융투자협회 고시금리를 보면 신용등급 AA- 여전사의 3년 만기 채권 금리는 4.095%이며 A0은 5.969%를 나타내고 있다.

단순 계산상으로 채권 발행 때 부담해야 하는 금리가 2배 넘게 뛴 것이다.


대부분 신용카드사보다 할부금융, 리스 등 캐피털의 신용등급이 더 낮은데, 이들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지 않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여전채 중 할부금융채가 30조75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드채 20조9300억원, 리스채 5조9770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 중 2022년 4월 이전 발행된 채권은 부문별로 할부금융채 16조665억원, 카드채 13조1000억원, 리스채 3조1260억원 규모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시기까지 불투명해지며 만기가 도래하는 저금리 채권을 차환하는 데 따른 이자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전사 관계자는 "저금리 시기에 발행했던 채권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이 많아 더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며 "연체율이 오르는 가운데 이자비용이 계속 늘다보니 업계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 강원도발 채권시장 대란 당시처럼 자금 흐름이 경색될 우려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들은 채권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당장 유동성이 문제가 될 상황까지는 아니다"며 "자금 조달 방식도 최근 다변화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여전사는 여전채 외에도 자산유동화증권(ABS), 외화 ABS, 신종자본증권 등으로 자금 조달 방식을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전채 조달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자금 조달 다변화는 숙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KB국민카드는 업계 최초로 공모 방식을 통한 1500억원어치의 신종자본증권을, 현대카드는 5억달러 규모 달러화 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올해 케이카캐피탈은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을 담보로 800억원 규모의 ABS를, 신한카드도 4억달러 규모의 해외 ABS를 발행했다.


[박나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