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수료’ 때문…“중소마트는 협상도 못 해”
우대 수수료 적용·비적용 가맹점 간 부담 차이↑
“수수료 책정 제도 개선 급선무”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푸르네마트·동양식자재마트 등 중소마트를 중심으로 롯데카드와의 가맹점 해지가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마트는 롯데카드의 높은 가맹점 카드 수수료와 이를 조정하기 어려운 점을 문제삼았다.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중소마트와 롯데카드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가맹점 해지가 확산할지 주목된다.


4일 한국마트협회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연 매출 30억 이상 규모의 전국 중소마트에서 롯데카드 가맹점을 해지하는 이른바 ‘롯데카드 보이콧’ 행렬이 나타나고 있다.

첫날에만 30곳이 넘는 중소마트에서 롯데카드 가맹점을 해지했다.

가맹점을 해지한 마트에서는 롯데카드로 결제할 수 없다.

협회는 이달까지 전체 6000여개 회원사 중 3000개 중소마트가 가맹점 해지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한다.


중소마트에서 롯데카드 보이콧에 나선 가장 큰 원인은 높은 카드 수수료 때문이다.

롯데카드는 일반 가맹점 평균 2.13%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BC카드(2.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나, BC카드는 체크카드 비중이 높아 신용카드 수수료 중에선 롯데카드가 가장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마트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별 중소마트·슈퍼마켓 수수료는 ▲BC카드(2.15%) ▲롯데카드(2.13%) ▲하나카드(2.09%) ▲우리카드(2.08%) ▲삼성카드(2.07%) ▲국민카드(2.06%) ▲신한·현대카드(2.04%) ▲NH농협카드(1.98%) 등이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보통 카드사들은 2.04∼2.09% 수준에서 수수료율을 책정하고 있지만 롯데카드는 약 0.1% 더 높다”며 “1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중소마트의 경우 수천만원이 오르내리게 된다.

10년 만해도 50% 수준이었던 카드결제비중이 지금은 95%에 육박하면서 카드 수수료 부담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중소마트가 박리다매 방식으로 영업하는 상황에서 이미 카드 수수료는 임대료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소마트는 카드사와 수수료를 조정할 수도 없다.

한국마트협회 관계자는 “개별 중소마트에서 수수료를 조정하기 위해 롯데카드에 전화하면 담당 직원에게 전달하겠다는 말뿐”이라며 “전혀 피드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원사가 마트협회에 대신 협상해달라고 위임장을 제출했으나 제도적으로 일반가맹점이 카드사와 협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 있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소마트 롯데카드 보이콧.(한국마트협회 제공)
중소마트 “협상 기회도 없어” vs 카드사 “적격비용 내려가 수익 창출 어려워져”
카드사와 일반 가맹점 간 수수료 갈등은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지난 2022년에도 신한카드가 수수료율을 2.02%에서 2.28%로 0.2%포인트 넘게 올리겠다고 하자 중소마트가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연이어 발생하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제도적 결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사 주요 수익원인 가맹점 수수료는 금융위원회가 수수료율의 근거인 ‘적격비용’을 3년마다 재산정해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영향력도 크게 작용해왔다.

적격비용 재산정 때마다 연 매출 30억 이하 가맹점 수수료는 2007년부터 총 14차례에 걸쳐 내려갔다.

결국 카드업계는 0%대 가맹점 수수료율로 카드사 본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2007년에 결제금액의 4.5%까지 부과했던 가맹점 수수료율은 0%대로 내려왔고, 우대 수수료 적용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 약 300만개 중 96%를 차지한다.


실제로 롯데카드는 지난해 기준 카드 수익 중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8개 전업 카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우대 수수료를 적용받지 못해 부담을 느낀 일반 가맹점과 가맹점 수수료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카드사 모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특히 올해는 3년 주기인 적격비용 재산정 시기인 만큼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금융위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정하는 연 매출 30억 이하 가맹점과 달리, 연 매출 30억 이상 일반 가맹점은 수수료를 개별 조정하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연 매출 100억원이 넘는 통신사나 대형 가맹점은 자체 협상력을 발휘해 수수료를 낮출 수 있다”며 “반면 중소마트와 같은 일반 가맹점은 제대로 된 협상 기회조차 얻을 수 없어 제도적인 결함에 따른 불만은 당연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수수료율 결정 제도 자체가 시장 참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맹점이 매출 기여도에 따라 수수료를 정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영세 가맹점 수수료는 인상 제한선을 둬 보호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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