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비싸니 바나나 먹으라고?...현금 살포 한달 더 하겠다는 정부

최상목 부총리 “3월이 물가 정점”

사과와 배 등이 지난달 대비 80% 넘게 상승폭을 나타낸 가운데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사과판매대보다 다른 과일 관매대가 붐비고 있다.

[이충우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한 배경에는 과일값 폭등이 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3.1%)을 분해해보면 농산물 기여도가 0.79%포인트로 가장 높다.

물가 상승률을 100점으로 놓고 봤을 때 농산물이 기여한 정도가 25.5점에 달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달 수입과일 할당관세 대상 품목을 늘리고,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자금(1500억원)을 증액했지만 물가 안정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정부 대책이 지난달 18일 나오며 정책 약발이 3월 물가통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지난해 소비부진에 과일값 낙폭이 심했던데 따른 기저효과도 컸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사과값은 연중 최저 수준(-7.8%)으로 떨어지는 바람에 올해 3월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게 잡혔다.

사과는 지난해 4월부터 가격 회복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번달부터 가격 상승률은 둔화할 공산이 크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4월부터 기상 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특이 요인이 없는 한 3월에 연간 물가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3월 말부터 과일 소매가격은 낮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월 하순 사과 소매가격은 10개당 2만4726원으로 3월 중순보다 8.8% 내렸다.

배는 10개당 3만9810원으로 7% 하락했다.


정부는 국내 과일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aT를 통해 6월 말까지 바나나, 오렌지를 비롯한 11개 품목 5만톤을 최대 20% 할인한 가격에 공급하고, 이번달 가공식품은 최대 50% 할인행사를 벌인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부가가치세 한시 인하도 지원효과를 판단해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최 부총리는 “국제유가 상승, 기상여건 악화에도 모든 경제주체들의 동참과 정책노력으로 물가상승 고삐는 조였다”며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를 포함한 농축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도 마련해 4월 중 발표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1일 사과 농가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5월부터 물가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라며 “에너지, 농산물 가격 변동이 줄면 하반기 물가가 2% 초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정부 할인정책으로 인한 효과가 단기에 그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물가 상승 흐름이 재차 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는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유가와 농산물 가격 움직임에 따라 당분간 매끄럽지 않은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가 10차례 연속 동결될 것이 유력하지만, 물가 상승 강도에 따라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더뎌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총재보는 “생활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물가 전망 경로상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물가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향후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후로 당분간 과일가격이 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과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수입산 사과 도입에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도 “특정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올랐을 때는 예외적으로 검역을 완화할 수 있도록 탄력적인 검역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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